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 획정위는 법정 제출 시한을 139일이나 넘기는 진통 끝에 4·13 총선의 선거구 획정안을 확정, 28일 국회에 제출했다.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29일 국회 본회의에 부칠 예정이나 테러방지법 통과를 막으려는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이어지고 있어 본회의 개최 여부는 불투명하다. 4·13 총선이 45일 앞으로 닥쳐온 시점까지도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아 유권자와 출마 후보자들을 혼란에 빠트리는 파행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 지연은 헌정 사상 처음 시도된 독립 기구 방식 역시 실패로 돌아갔음을 뜻한다. 선거구 획정은 과거 총선 때도 여야의 이기주의 때문에 항상 진통을 겪어왔다. 2012년 19대 총선 때는 선거 44일 전, 18대 때는 47일 전에야 가까스로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를 막으려고 여야는 선거구 획정위를 국회에서 분리, 중앙선관위 산하 독립 기구로 바꿨고 지난해 7월 독립된 선거구 획정위가 출범했으나 7개월 동안 합의를 못 이루고 진통을 거듭해왔다. 여야가 막후 영향력을 틀어쥐고 선거구 획정위를 '무늬만 독립'인 기구로 만든 데 따른 예정된 실패였다.

선거구 획정위 위원 9명 중 중앙선관위 소속 위원장 1명을 제외한 8명은 여야가 4명씩 추천한 인물로 구성된다. 위원들이 추천받은 정당 처지를 떠나 독립적 목소리를 내기가 애초부터 불가능한 구조다. 게다가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되는 의사 결정 규정 때문에 여야 한쪽이 반대하면 어떤 결론도 내릴 수 없다. 여야는 자기네가 추천한 위원들을 통해 선거구 조정에 일일이 관여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이럴 거라면 뭐하러 선거구 획정위를 독립시켰는지 모를 일이다.

이번 사태로 정치권은 공정하게 선거구를 획정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젠 여야가 선거구 획정에서 완전히 손을 떼도록 해야 한다. 선거구 획정위 위원의 여야 추천 제도를 빼고 선관위가 독자적으로 정치권에서 독립된 위원을 선임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의결정족수도 과반수로 낮추어 의사 결정이 빠르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선거구 획정위를 명실상부하게 독립 기구로 고치고, 여기서 결정된 선거구 획정안은 국회가 한 글자도 손대지 못하고 자동 통과시키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 선거에서 '선수'로 뛰는 정당들은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심판' 역할에서 손을 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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