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OK저축은행과의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수어지교(水魚之交)'라는 좀 어려운 말을 꺼냈다. 수어지교란 물과 물고기처럼 떨어질 수 없는 사이를 비유한 말이다. 그는 "코트는 물이고 너희는 물고기이니 마음껏 물장구치고 와라"고 했다. 요즘 유행하는 '최태웅 어록'에 추가할 만한 말이었다.

선수들은 감독의 말대로 했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안산 원정경기에서 OK저축은행을 3대0(25―20 25―16 25―22)으로 누르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동시에 한 시즌 최다인 16경기 연속 승리 기록도 세웠다. 현대캐피탈이 정규리그에서 우승한 것은 2009년 이후 7년 만이다.

함박웃음 터뜨린 '최갈량' - 이 순간을 7년간 기다려왔다. 2009년 이후 첫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현대캐피탈 선수단이 25일 최태웅 감독을 헹가래치는 모습.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최 감독은 이날 모처럼 시원하게 웃으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스포츠 정보] 16연승을 거머쥔 '현대캐피탈' 팀이 궁금하다면?]

이날 최 감독은 여러 진기록을 남겼다. 최 감독은 프로배구 정규리그 사상 감독과 선수로 모두 우승을 경험한 첫 인물이 됐다. 올해 40세인 그는 프로배구 출범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우승한 지도자라는 기록도 세웠다. 이전 최연소 우승 감독은 41세에 2006~2007시즌 여자부 흥국생명의 우승을 이끈 고(故) 황현주 감독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5위에 그쳤던 팀이다. 최 감독은 부임 첫 시즌에 틀을 깨는 '스피드 배구'로 돌풍을 일으켰다. 외국인 선수에게만 의존하던 기존 공격 패턴을 바꿔 모든 선수가 유기적으로 빠르게 공격하는 방식이다. 허를 찌르는 작전에 '최갈량'이란 별명도 얻었다. 볼을 배급하는 세터 노재욱(24)이 최 감독 아래에서 크게 성장했고 에이스 문성민(30)이 주장을 맡아 팀 분위기도 끈끈해졌다.

무엇보다 최 감독은 연구하는 감독이었다. 신현석 배구단장은 "최 감독은 하루에 잠을 3~4시간만 자면서 전술을 연구해 건강이 걱정스러울 정도였다"고 했다.

최 감독은 선수 시절 '명세터'로 이름을 날렸다.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고 9번 우승했다. 2010년엔 림프암 판정을 받았지만 코트를 지키면서 극복해 낸 오뚝이 같은 인생을 살았다. 그가 만드는 역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현대캐피탈은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기면 삼성화재가 두 시즌(2005~2006시즌과 2006~2007시즌)에 걸쳐 쓴 한국 프로배구 역대 최다 연승 기록(17연승)도 갈아치우게 된다.

한편, 이날 여자부 경기에선 한국도로공사가 선두 IBK기업은행을 3대2로 누르고 5위에서 4위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