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보〉(1~17)=2월 1일 아침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관계자와 보도진이 하나둘씩 대국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한국 기사끼리의 결승이라 그런지 표정이 모두 밝다. 하지만 막상 그 '한국 기사' 둘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먼저 나타난 강동윤이 좌석을 찾아 앉더니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긴다. 대국까지 14분이나 남은 이른 시간이다. 박영훈이 등장한 것은 10분 뒤인 8시 56분. 둘은 스칠 듯 말 듯 시선을 피하곤 서둘러 돌을 가린다.
박영훈이 백돌을 한 움큼 쥐어 한 손으로 덮자 강동윤이 흑돌 1개를 올려놓는다. 백돌은 모두 22개. 강동윤이 홀짝을 틀려 선택권을 갖게 된 박영훈이 즉시 흑을 갖겠다는 신호를 보낸다. 첫수가 우상귀 화점에 놓이는 순간 벼락 치듯 한 굉음이 대국실을 뒤덮는다. 10여 개의 카메라 셔터가 동시에 터지는 소리다. 스무 번째 LG배 결승은 이렇게 시작됐다.
백 8까지 일명 고바야시(小林光一) 정석. 10으론 '가'에 두는 수도 있다. 참고도는 이 경우 등장하는 여러 변화 가운데 하나. 14까지 쌍방 가드를 바짝 올린 채 신중하게 힘을 기르고 있다. 15와 16은 맞보는 자리. 3분 만에 흑이 17의 침입을 결행하자 백의 끝없는 초반 장고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