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23일 고도 40~150㎞에서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논의할 공동 실무단 약정 체결을 돌연 연기했다.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정을 앞두고 중국을 의식해 약정 체결 시기를 늦춘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11시 한·미 사드 공동 실무단 약정 체결을 공식 발표하려고 했으나 이를 한 시간여 앞두고 "한·미 간에 마지막으로 조율할 내용이 있어 하루 또는 이틀 연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급작스러운 약정 체결 연기는 미국 측의 요구였다고 한다. 토머스 밴덜 미8군 사령관은 이날 오후 5시쯤 국방부를 방문해 "주한미군사령부와 미 정부 간 진행 중인 대화가 종결되지 않았다"면서 "이르면 내일(24일) 체결이 가능하고,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미 정부 내에서 실무 논의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설명이었으나, 한·미 양측은 전날 약정 합의를 거의 마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측이 중국을 의식한 외교적 판단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현지 시각) 미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미국 존 케리 국무장관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논의를 앞두고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고 있는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사드는 순전히 대한민국 방어용'이라는 우리 측 논리가 훼손됐다는 지적도 있다. 국방부는 북한 장거리 미사일(로켓) 발사 당일인 7일 한·미 사드 논의를 공식화한 이후 "사드 배치 시 주변국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줄곧 밝혀 왔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약정 체결 연기는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려는 게 목적일 수 있지만 사드가 결국 중국을 향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드 공식 협의 시작 후 보름이 지나도록 이를 논의할 실무단조차 꾸리지 못한 것도 논란거리다.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은 "약정이 체결되면 조속한 시일 내에 공동 실무단 회의가 개최될 것"이라고 했으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이 발표된 이후 실무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