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외전' '내부자들' '베테랑' 등 최근에 본 몇 편의 영화에선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선악 구도가 선명하다는 것이고, 악의 축은 국회의원·재벌·언론 등 소위 '끼리끼리 통하는' 권력자들이라는 것입니다. 영화는 모두 권선징악으로 끝났지만 통쾌하다기보다 오히려 씁쓸했습니다. 현실에서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겠지요. 우리 사회는 점점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화 대신 '가진 자에 대한 냉소'가 보편적 인식으로 자리 잡는 듯합니다.
일부에선 이 현상을 폄하하겠지만 그리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닙니다. 인식은 바로 리얼리티(Reality·실재)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팩트(Fact·사실)가 아니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미디어=나'가 될, 미디어와 완전 밀착한 삶을 살게 될 미래에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것입니다. '헬조선' '흙수저' 논란은 그냥 터져 나온 게 아닙니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정풍(整風) 운동'이 꼭 필요한 때라는 생각도 듭니다. 윤리적이고, 공정하며, 사리사욕을 채우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제2의 건국이라도 해야 하는 각오가 필요하겠지요. '공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지도층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천년 역사를 자랑하던 신라의 마지막 임금 경순왕과 아들 '마의태자'는 신라의 멸망 앞에서 전혀 다른 길을 걷습니다. 경순왕과 귀족들은 천년 사직을 고려에 바치기로 결정하고, 경순왕은 이후 고려 태조 왕건의 딸과 혼인한 후 고려인으로서 영화를 누립니다. 반면 마의태자는 통곡하며 금강산에 들어가 나물을 먹으며 생을 마쳤습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던진 '진짜 지도자'를 가진 경험이 별로 없습니다. 이런 경험을 반복한다면 미래 후손들에게 많이 부끄러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