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 때부터 안철수 대표를 도왔던 국민의당 인사들이 더불어민주당을 떠나 입당한 광주·전남 현역 의원들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국민의당에 합류한 일부 호남 의원 사이에선 "친노(親盧) 피해서 왔더니 이번에는 친안(親安)이 버티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호남의 지역구는 광주(8곳), 전남(11곳), 전북(11곳)을 합해 모두 30곳이다. 이 중 국민의당 소속 의원이 있는 지역은 광주 6곳과 전남 3곳, 전북 2곳이다. 국민의당의 후보 공모에선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있는 지역에 공천 신청자들이 몰렸지만, 당내 현역들 지역에도 안철수계와 김대중 전 대통령계 신인들이 출사표를 냈다. 김동철 의원의 광주 광산갑에는 2012년 대선 때부터 안 대표를 도왔던 김경록 대변인이 도전했다. 김승남 의원의 전남 고흥·보성에 출마한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는 대선 때 안철수 캠프 대외협력위원장을 지냈으며 유세 현장에서 안 대표를 업고 다니기도 했다. 정동영 전 의원이 출마하는 전주 덕진에도 안 대표의 대북문제 '과외교사'로 불린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공천을 신청했다. 장병완 의원의 광주 남구에는 의사 출신의 서정성 전 광주시의원이 공천을 신청했다. 서 후보는 윤장현 광주시장과도 가깝다. 이 밖에 DJ(김대중 전 대통령)계 인사들도 국민의당 현역에 맞서 공천을 신청했다. 광주 남구에는 김명진 전 청와대 행정관이, 임내현 의원의 광주 북을에는 최경환 전 비서관이 나왔다.
공천 신청을 두고 현역 의원들과 안철수계 신인들 사이에 기 싸움도 벌어졌다. 현역 의원들은 "더민주 의원들이 있는 지역에 가서 싸우지, 왜 우리 지역에서 아군(我軍)하고 싸우려 하느냐"고 했다. 그러나 안 대표 측근들은 "국민의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부터 물갈이를 해야 한다"며 벼르고 있다.
문제는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현역 의원들과 신인들 중 어떻게 옥석(玉石)을 가려내느냐는 것이다. 당초 국민의당 지도부는 선거인단을 모집해 이들을 대상으로 내부 경선을 하는 방식을 검토했지만, 현역 의원들은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하는 여론조사 100% 방식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의원들은 신인에 비해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대체로 유리하다. 신인 예비후보들은 "조직 동원이 가능하고 인지도가 있는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경선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신인들은 "현역 의원들을 평가하는 기준을 만들자"는 의견도 내고 있지만 이는 현역 의원들이 반대했다. 한 의원은 "(그렇게 하면) 광주는 천정배, 전북은 정동영이 공천을 주도하지 않겠냐. 안철수의 전략공천 카드도 살아 있다"며 "누구라도 자기 사람을 꽂는다면 그때부터는 전쟁"이라고 했다. 전략공천을 우려하는 것이다. 실제 안 대표는 21일 자신의 측근인 경기 군포 정기남 후보 개소식에 참석하는 등, 자신의 측근들에게 "이번 총선 때는 제가 돕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지도부 내부에서는 호남지역 공천에 대한 고민이 많다. 한 관계자는 "현역에 대한 호남 지역 반감이 거세서 현역 의원 중심의 공천을 하면 당 지지율이 떨어질 게 뻔하다"며 "그러나 득표력이 보장된 현역 의원들을 배제한다면 당의 지역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당 지도부 안에서는 현역과 신인을 잘 조합하는 '황금 비율' 얘기가 나온다. 야당 관계자는 "현역 의원들의 인지도와 득표력에, 신인들의 참신함을 제대로 배합해야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압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