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에 나설 각 당 후보를 뽑는 세 번째 주(州) 경선(네바다 코커스)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52.7% 지지율을 얻어 47.2%에 그친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 의원을 이겼다. 힐러리는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20%포인트 넘게 지면서 한때 위기론이 불거졌지만, 이번 승리로 샌더스 돌풍을 일단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승리 연설에서 "미국은 (샌더스가 내놓는 가짜 공약 말고) 진짜 해결책을 갈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샌더스의 무상 대학교육, 전 국민 건강보험 실시와 같은 파격적인 공약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노력하면 어디로든 나갈 수 있는 '기회의 사다리'를 미국인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세우겠다"고도 했다.
아이오와에서 0.2%포인트 차 초박빙 승리, 뉴햄프셔에서 참패로 샌더스와 1승1패를 주고받은 힐러리는 네바다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일궈내며 한숨을 돌렸다. 힐러리 캠프는 5주 전만 해도 20%포인트 이상 앞서던 네바다에서 지지율이 1%포인트 차로 좁혀진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위기감을 감추지 못했었다. 힐러리는 이 지역을 샅샅이 누비면서 1승을 더 얻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샌더스 돌풍'을 네바다 사막에서 저지하지 못하면 사우스캐롤라이나 4차 경선(2월 27일)은 물론이고, 14개 지역이 동시에 경선을 벌이는 3월 1일 '수퍼 화요일'에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사생결단하듯 힐러리 측은 '방화벽(firewall)'을 쳤고, 6%포인트 차이로 샌더스와의 간극을 벌렸다. 꺼져가던 '대세론'을 재점화할 부싯돌을 챙긴 셈이다.
힐러리 캠프 측은 "그동안은 솔직히 밀리는 국면이었지만, 이제 남은 주요 주는 인구 구성상 힐러리에게 유리한 흑인이나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이 많고, 세몰이로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지역이 아니다"고 말했다. 흑인 인구가 많은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현재 지지율이 6대4 정도로 힐러리가 압도적이다.
힐러리가 힘을 얻는 만큼, 샌더스는 남은 경선이 쉽지 않아졌다. 뉴햄프셔 압승의 여세를 몰아 네바다에서 승리하면 열세 지역의 민심도 확 바뀔 수 있다고 기대했는데, 현실의 벽은 높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샌더스가 젊은 층의 지지는 많이 받는 게 사실이지만, 이 지지층의 투표율은 저조했다"고 패인(敗因)을 분석했다. 인기와 실질적인 표가 서로 연결되지 않아 역전극에 실패했다는 해석이었다. 샌더스는 힐러리의 승리를 축하하면서도 "이 지역은 한때 힐러리가 40%포인트 앞섰던 곳"이라며 "우리는 이 나라 정치·금융의 기성 세력을 놀라게 하는 메시지를 이번 경선에서 보냈다. 우리가 언제 어디서든 이길 수 있다는 메시지다"라고 여전히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다.
샌더스가 승리하려면 백인 주류만의 지지로는 어렵다. 이 때문에 흑인 지도자를 만나고, 히스패닉계의 지지를 이끌어내려고 하는데, 상황은 쉽지 않다. 이번 네바다 경선 결과를 보면, 힐러리는 흑인 유권자가 많은 지역에서 압도적으로 샌더스를 앞섰다. 14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경선이 펼쳐지는 '수퍼 화요일'은 흑인이나 히스패닉계가 많은 남부지역 등이 포함돼 있다. 흑인 주요 단체도 이미 힐러리 지지를 선언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확고한 승자는 힐러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