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지역 가뭄 해갈을 위해 건설된 '보령댐 도수로'에 22일부터 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국토교통부는 충남 부여군 금강 하류의 취수장(강물을 끌어올리는 곳)에서 22일 오후 도수로 통수식(通水式)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보령댐은 보령·서산·당진 등 충남 서부 지역 8개 시·군 48만명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수원(水源)인데 지난해 가을 극심한 가뭄으로 고갈 위기에 처했었다. 백제보에서 보령댐으로 도수로를 통해 물이 흘러가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보에서 가뭄 지역으로 물이 공급되는 첫 사례가 된다.

◇금강 물 끌어 충남 가뭄 지역 공급

보령댐 도수로는 총길이 21.9㎞로 국토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3개월의 공사 끝에 지난달 말 완공했다. 지름 1.1m 크기의 관로를 통해 하루 최대 11만5000t의 물이 백제보에서 보령댐으로 공급된다. 부여군 규암면의 금강 백제보 하류 6.7㎞ 지점에서 물을 끌어올려 부여군 외산면 반교천으로 물이 흘러가도록 설계됐다. 반교천에 방류된 금강 물은 웅천천을 거쳐 보령호로 들어가게 된다. 도수로를 통해 공급되는 수량(水量)은 충남 서부 48만 주민의 하루 수요량(22만t)의 절반을 약간 넘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물 부족에 시달렸던 주민들에게 보령댐 절반만 한 크기의 새 수원(水原)이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도수로 개통에 앞서 정부는 지난 16일 충남 서부 지역에 대한 제한 급수를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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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가을 가뭄이 심했던 지난해 9월 충남 서북부 지역 유일한 수원인 보령댐의 저수율이 20%까지 떨어지자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보령댐 도수로 건설을 결정해 공사에 착수했었다. 공사에는 약 640억원이 들었다.

◇도수로, 가뭄의 근본 해결책은 안 돼

보령댐 도수로 개통으로 충남 지역 가뭄이 최악의 위기는 넘겼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21일 보령댐의 저수량은 2767만t으로 저수율이 23.7%에 불과하다. 가뭄이 절정에 달한 지난 11월 초의 18.9%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예년(50% 안팎)의 절반에 못 미치며 전국 저수지 평균 저수율 44%보다도 한참 떨어진다. 지난해 43년 만의 가뭄 여파가 아직도 저수량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보령댐 도수로의 역할은 댐 수위 자체를 높이기보다 올 6월 장마철까지 충남 지역의 물 고갈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말했다. 일단 도수로를 설치해 급한 불은 껐지만 근본적 대책은 안 된다는 것이다.

강수량도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겨울(12월 1일~2월 21일 현재) 전국 평균 강수량은 100.1㎜로 평년 같은 기간(76.9㎜)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평년보다 비가 많이 내렸다 해도 겨울 강수량 자체가 연 강수량의 10%밖에 안 될 정도로 적어 용수 공급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농사가 시작되는 봄(3~5월)에도 강수 전망이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국토부 측은 "도수로 건설로 보령댐 유역의 가뭄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는 하지만 생활 속에서의 물 절약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