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5000개의 좌석이 동나 입석표까지 팔 정도로 성황을 이룬 안양 실내체육관은 KCC의 홈 코트 같았다. 홈팀인 KGC인삼공사보다 원정팀 KCC가 골을 터뜨릴 때 함성이 더 컸다. KCC는 대전 현대 시절인 1997~1998시즌부터 1999~2000시즌까지 3년 연속 정규 리그 1위를 차지한 이후 정규 리그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16년 만의 우승을 직접 보려는 KCC 팬들이 몰린 것이다. 한 KCC 관계자는 "이렇게 KCC 팬들이 많은 줄 우리도 몰랐다"며 기뻐했다. KCC는 최근 3시즌 동안 10, 7, 9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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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 버저가 울리자 KCC 응원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KCC는 KGC인삼공사를 86대71로 꺾고 정규 리그 1위의 축배를 들었다. KCC는 이날 전자랜드를 89대70으로 제친 울산 모비스와 36승18패로 동률을 이뤘으나 시즌 상대 전적에서 4승2패로 앞서 1위가 됐다. 국내 최장신(221㎝) 하승진은 자유투 9개 중 8개를 넣는 등 24점, 21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코트에서 덩실덩실 춤을 췄다. 30점, 10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팀을 이끈 안드레 에밋도 "좋은 시간, 나쁜 시간을 다 함께 뭉쳐서 이겨내면서 거둔 우승"이라고 했다.
지난 시즌 감독 대행 신분으로 팀을 이끌다 올해 정식 사령탑으로 부임한 추승균(42)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초보 감독인 나를 잘 따라준 것 같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추 감독은 인터뷰 중 아버지 얘기가 나오자 눈물을 쏟았다. 그는 "경기에 임하기 전 항상 아버지께 '이기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는데 갑자기 아버지 생각이 너무 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추승균의 아버지는 그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사춘기를 맞은 그는 방황했다고 한다. 추 감독은 "혼자 남은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내가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때부터 경기 전에는 항상 돌아가신 아버지께 기도를 올린다"고 했다. 추승균이 부산 중앙고를 졸업한 뒤 농구 명문대의 손길을 뿌리치고 한양대를 선택한 것도 1학년 때부터 출장 기회를 많이 얻어 프로팀에 어필하고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
현역 시절의 추승균은 '소리 없이 강한 남자'로 불렸다. 꾸준한 플레이와 궂은 일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초보 감독인 그는 "작전 시간 타이밍도 못 잡고, 상대 전술에 대처할 방법을 몰라 허둥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대신 선수들에게 서로에 대한 믿음감과 희생정신을 심어 스타의 팀 KCC를 하나가 되도록 만들었다. 2월 9일 LG전 승리 이후 1위로 도약한 KCC는 시즌을 12연승으로 마쳤다.
남자 프로농구는 25일부터 6강 플레이오프를 시작한다. 4위 KGC와 5위 삼성, 3위 오리온과 6위 동부가 5전3선승 대결을 벌인다. 4·5위 팀 승자가 1위 KCC와, 3·6위 팀 승자가 2위 모비스와 4강(5전3선승)에서 격돌한다. 7전4승제인 챔피언 결정전은 3월 19일부터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