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친분으로 망설였지만, 조갑제(趙甲濟·71) 조갑제닷컴 대표를 공적(公的)으로 만나볼 필요를 느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공론화되고 있는 '핵무장론'을 그가 선도해왔기 때문이다.

―야윈 늑대 앞에서 살찐 돼지처럼 살겠다면 뜯어 먹히는 걸로 비유했는데?

"역사적으로도 배고픈 군대가 배부른 군대를 이긴 경우가 많다. 사생결단으로 나오는 적(敵)을 상대로 방관자의 입장을 취하겠다면 '노예'가 되는 길밖에 없다."

―국제사회의 고립 속에서 핵무장에 매달려온 북한처럼 우리도 해야 한다는 것인가?

"핵무장은 국가 생존 차원의 정당방위다. 미국 정보에 의하면 김정은은 통제가 안 되고 위험하고 과대망상적인 인물이다. 그가 언제 핵무기 발사 버튼을 누를지 예측 불가다. 7분 만에 터지는 지근 거리에 있다. 오늘밤이라도 그가 미쳐버린다면, 북에서는 그를 말릴 방법이 없고, 남쪽에서는 그를 막을 방법이 없다."

조갑제 대표는 “확신과 사실이 충돌할 때 사실을 포기하면 선동꾼으로 전락한다”고 말했다.

―핵 불균형으로 전쟁이 일어난다고 보나?

"오판(誤判)을 하게 되면, 그럴 경우 되돌릴 수 없이 치명적이다. 5천만의 국민 생존을 미국 의회와 국제기구에 의존한다는 것은 너무 사대주의 아닌가."

―우리의 핵무장이 그런 오판을 막는 저지 전략이 된다는 건가?

"공포(恐怖)의 균형이 되니까, 김정은이 발사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한국도 핵무기를 갖고 있으니 우리가 당할 수 있다'는 마지막 계산을 하지 않겠는가. 미국과 소련, 인도와 파키스탄 간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핵을 갖고 있었기에 망하지 않았다."

―'핵무장론'은 대중에게 기분 좋게 들리겠지만, 현실적으로 감수해야 할 제재도 말해줘야 하지 않나? 지금과 같은 정상적인 일상을 잃게 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은 핵을 개발해도 미국은 제재는커녕 지원을 하고 있다. 어떤 국가가 핵개발을 시도할 때 미국은 두 개의 다른 잣대가 있다. 핵확산 금지의 잣대로 막거나, 세력 균형의 잣대로 용인한다. 자기편이면 눈감아주는 것이다.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연료 재처리를 하는 일본이 후자의 경우다. 한국에 대한 잣대는 아직 안 정해져 있다. 제재가 있다 해도 국가 생존을 위해 그 정도의 손해는 감수해야 하지 않겠나."

―국제사회에서 신용 추락과 고립, 무역·금융시장에서의 제재, 원전시설의 제동 등을 감수해야 한다. 대외 무역에 의존하는 한국 입장에서 '그 정도의 손해'라고 할 수 있을까?

"11대 경제 대국인 우리를 어떻게 무역 제재 할 수 있겠나. 또 그런 제재를 안 받도록 하는 게 외교다. NTP 탈퇴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 핵무기를 만들었을 때야 제재받겠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게임 논리가 있다. 이 판을 우리가 요리해, 우리가 목표하는 바를 얻어낼 수 있다."

―핵무장을 선언할 경우, 보수 진영에서 무엇보다 중시하는 한·미 동맹도 깨질 수 있는데?

"한·미 동맹을 깨서 미국이 득이 되면 그렇게 할 것이지만, 이런 시나리오는 우리의 상상에 불과하다. 과거에 부시 대통령은 중국을 압박하면서 '북한 핵을 못 막으면 일본 핵을 못 막는다. 한국과 대만도 핵무장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적이 핵무장하는 마당에 우리를 묶어놓는 것은 우리에게 죽으라는 것이다."

―한반도에 2개의 핵무장국이 생겼을 때 냉전의 최전선이 되고 긴장은 최고조가 되지 않겠나?

"소련이 무너진 것은 핵이 없어서가 아니라며 북한의 핵 보유도 그렇게 보는 부류가 있다. 하지만 소련이 핵무장을 하고 미국이 안 했으면 어느 쪽이 무너졌을까. 이는 힘의 세계이고 현실의 세계이다. 지금까지의 시간은 북한에게 유리했다. 우리가 핵무장을 하면 시간은 우리 편이 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우리는 개성공단을 중단시켰다. 조 대표도 원래 개성공단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나?

"그렇지 않다. 북한 주민 5만5천명을 우리가 먹여 살린다는 의미가 있다. 우리 주재원들을 인질로 잡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안보 차원에서 중단 결정을 내린 정부의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공조를 이끌어내려면 우리가 뒤로 빠져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미국은 고강도 제재안을 통과시켰지만, 중국은 현재로는 미온적인데 어디까지 동참할 것으로 보나?

"그게 관건이다. 우리와 일본에서 핵무장론이 일어나고,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개인까지 제재)'까지 하겠다고 했을 때 중국도 고민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광물자원 수입과 대북 원유 수출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북한 권력 핵심부를 잘 아는 한 인사는 '대북 제재 조치로 우리가 기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주민들에게만 고통이 되고 정권 핵심부는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제재다운 제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제대로 해보자는 것이다."

―북한 영·유아에 대한 인도적 지원 사업까지 잠정 중단했다. 제재로 인한 고통의 종착점은 주민들이 아닌가?

"제재는 북한 김정은의 금고를 향하고 있다고 본다. 주민들에게도 얼마간 영향이 미칠지 모르나, 핵문제 해결을 위해 그것까지 고려하기 어렵지 않은가."

―개성공단 중단 이후 정부에서는 패트리엇과 사드 미사일, 핵폭격기 B―52기, 스텔스기 F-22 등 미군 전력의 동향을 발표한다. 위기감을 조성해 국민적 단합을 취하겠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나도 불만이다. 마치 그렇게 하면 핵 위기가 해소되는 것처럼. 이는 조선조 이래 사대주의적 근성의 발로다.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가 책임 있는 국민으로 살아야 하지 않는가."

―요즘 분위기에는 핵무장·전쟁 불사 같은 강경 발언을 해야 '애국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냉정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우리 정부 쪽에서도 긴장 국면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 같다.

"역대 정권은 북핵에 대해 과소평가해왔다. '설마 쏘겠느냐' '미국이 가만있겠느냐'는 식으로 꽃밭에서 놀았다.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결단이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진실을 직시한 것이다. 이건 과격하지도, 강경 발언도 아니다. 일각에서는 남북 간 문제가 있을 때 한국 정부를 먼저 비판한다. 이는 양비론보다 더 나쁘다. 책임은 북한에 있지 않은가."

―평화를 위해 전쟁을 각오하는 것은 맞지만, 너무 쉽게 전쟁을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한 게 아닌가?

"1차 대전 당시 전쟁을 해야겠다는 나라는 오스트리아밖에 없었다. 오스트리아조차 세계 대전으로 확대될 줄 몰랐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동맹 관계에 의해 쇠사슬에 묶인 것처럼 끌려들어 갔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매일 챙기는 데가 한반도다. 작은 충돌이 큰 걸로 간다'고 말했다. 발화점이 될 확률이 높다."

―전쟁은 남·북한의 공멸(共滅)로 귀결될 뿐이다. 책임 있는 위치에 있다면 갈등 상황으로 폭발되지 않도록 하는 전략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지 않는가?

"답은 거국적 핵 안보 체제를 마련하는 것밖에 없다. 우리가 핵을 보유하면 김정은이 버튼을 누릴 오판을 줄여줄 것이다. 우리는 지금껏 북한에 대해 전술적 대응만 해왔다. 이번에 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전략적 대응을 한 것이다."

―화제를 바꾸자. 두 달 전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해 "죄 없는 박주신씨에 대한 마녀 사냥을 중단하라"고 했다가, 일베 회원 등 소위 보수 진영의 공격을 받았는데?

"음모를 주장하려면 공부를 하고 나서 책임 있게 해야지. 박원순 시장에 대한 미움을 죄 없는 아들에게 전가했다. 전문가 집단인 의사·변호사·기자들이 합세해 자신들의 궁금증 해소 차원에서 한 젊은이의 뼛속, 병력(病歷)까지 드러내겠다는 것은 인권 침해다. 이미 공적 기관에 의해 의혹이 해소된 사안이었다. 이를 믿지 못하겠다면 '박근혜 타도 운동'을 해야 한다. 병무청, 검찰은 박근혜 정부의 공적 기관이니까."

―한때 이들은 조 대표의 지지 세력이었지 않나?

"이들이 반공(反共)의 기치로 종북 세력과 싸워왔기에 뜻이 맞았다."

―이런 이들을 '교양 있는 애국 시민'으로 표현했지 않았나?

"행위를 갖고 판단한 거다. 하지만 이번에 마녀사냥식으로 하는 것은 잘못됐다."

―직접 겪어보니 극단(極端)의 폐해가 어떻던가?

"이것 말고도 겪었다. 광주 5·18 당시 '북한군이 내려오지 않았다'는 나를 '배신자'라고 욕했다. 확신과 사실이 충돌할 때 사실을 포기하면 선동꾼으로 전락한다. 니체는 '진실의 반대말은 거짓이 아니라 확신'이라고 했다."

―조 대표께서도 '친북이냐 아니냐'의 잣대로 판단했고, 같은 이념과 진영이면 편들지 않았나?

"내 이념과 가치관은 보수주의다. 하지만 사실관계에서는 열려 있는 리버럴리스트다. 나는 사실을 선택해왔다."

―조 대표께서는 한국 최고의 기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데올로그'이거나…?

"보수 논객? 논객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다. 나는 역사를 만들어가는 데 영향을 끼치는 기자를 원하지, 한가한 논평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본인을 여전히 '기자'라고 생각하는가?

"기자로서 제대로 취재를 하는가에 대한 회의는 있다. 사실 확인을 하거나 싫은 사람한테 전화하는 게 점점 귀찮아진다. 하지만 '특종'의 환희는 아직도 갖고 있다. 한 해를 마감할 때마다 올해 무엇을 특종 했는지 자문한다."

―자신이 한쪽 진영으로 너무 가버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나?

"우파 보수 진영이라기보다, 대한민국 진영이지. 나는 국가를 생각하는 애국자다. "

―애국하는 방식이 하나만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집단적으로 몰아가는 것만이 애국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확장시키는 것도 애국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동감이다. 나 자신은 자유인(自由人)이다. 내 성격과 삶을 비춰봐도 남에게 눌리거나 간섭받는 게 싫다. 이런 자유로운 성향이기에 직업으로서 기자를 잘 선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