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4월 총선 공천을 앞두고 문재인 대표가 추진했던 공천 혁신안을 대폭 수정하는 등 '친정(親政) 공천 체제'를 갖추고 있다. 현재는 이 문제로 갈등이 불거지진 않았지만 공천 과정에서 친노(親盧) 진영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문 전 대표가 당을 장악하고 있던 당시 더민주는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탈락과 공천위, 비례공천위, 전략공천위 분리 등 이른바 '시스템 공천' 혁신안이란 걸 마련했다. 그러나 김종인 대표는 이에 대해 "촉박한 경선 일정을 고려하면 현재의 혁신안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당 관계자들에게 수정 의사를 밝힌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김종인(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과 더불어 경제아카데미’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젊은층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누구?]

우선 김 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를 열어 현재 당헌·당규상 분리돼 있는 공천관리위원회(지역구·이하 공천위)와 비례대표후보자추천위(이하 비례공천위)를 일원화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지역구 공천을 결정하는 공천위원장은 김 대표가 임명한 홍창선 전 의원이 맡고 있다. 이 공천위에 비례대표 공천 권한까지 모두 주겠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 때는 공천권 남용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공천 권한을 공천위와 비례공천위, 전략공천위로 나누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번 일원화 결정으로 지역구와 비례 공천 권한은 사실상 김 대표 1인에게 몰리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성수 대변인은 "공천 관리 업무 효율성과 통합성을 제고하고 전략적 관점에서 개혁 공천을 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일정 관리상 별 무리가 없겠다는 실무진의 판단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 측은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공천에서의 시스템보다는 효율성과 신속성이 중요해졌다"고 했다.

그러나 구(舊)지도부 관계자는 "만약 문 전 대표에게 공천 관련 권한을 이렇게 집중했다면 비주류들이 가만히 있었겠느냐"며 "시스템 공천보다는 김 대표 개인이 공천에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게 할 조건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현역 의원들에 대한 평가를 통해 하위 20%를 탈락시키는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 조사 결과도 백지에서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하위 20% 컷오프' 문제에 대해 "그 문제는 공천위에 일임했다"는 원칙만 밝혔다. 그러나 신(新)지도부에서는 "20% 탈락 문제 때문에 대규모 탈당까지 벌어졌는데, 이제 와서 또 그런 분란 여지를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며 일률적인 적용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안은 문 전 대표가 안철수 의원과 동교동계의 탈당까지 감수하면서 지키려 했던 핵심 사안이다. 문 전 대표는 안 의원이 작년 말 '낡은 진보 청산'을 위한 전당대회를 주장하자 "혁신안조차 거부하면서 혁신을 말하는 것은 혁신의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결국 본인의 사퇴 시점도 '시스템 공천'이 완성될 때로 규정하는 등 혁신안에 애착을 보였다. 그러나 김 대표 측 관계자는 "혁신안 수정 문제에 대해서는 문 전 대표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문 전 대표가 지난 16일 회동에서 혁신안 수정 문제를 논의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인사(人事)에서도 본인 직할 체제를 구축했다. 김 대표는 최근 총선기획단 산하에 정세분석본부를 신설해 본부장에 김헌태 공천위원을 임명했다. 여론조사처럼 공천의 최종 결정을 위한 판단 자료를 만들어 당 대표에게 보고하는 업무는 전략기획본부에서 맡기로 했는데 이를 갑자기 정세본부로 변경한 것이다. 방송 출연으로 유명세를 얻은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런 조치로 공천 핵심 업무에서 밀려나게 됐다. 야당 핵심 관계자는 "부정 여론조사 등을 막기 위해 여론조사 전문가인 김헌태씨를 임명한 것"이라고 했지만 구(舊)지도부에서는 김 대표의 '자기 사람 심기'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