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룰을 둘러싼 새누리당 계파 갈등은 19대 의원들을 '물갈이'하겠다는 친박(親朴)계와 어떻게든 의원 배지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비박(非朴)계 간의 다툼이 본질이다. 따라서 친박계는 신인을 '내리꽂는' 전략공천을 최대한 도입하자는 것이고, 비박계는 어떻게든 현역에 유리한 상향식 공천 방식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비박은 현역 유지, 친박은 교체 선호
비박계가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우선추천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추천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경우 그만큼 현역 의원 교체 폭도 커진다. 당 공천 단계에서 대폭 물갈이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상향식 공천은 현역 의원에게 유리하다. 범죄 연루 등 특별한 부적격 사유가 없는 한 공천에서 원천적으로 배제시킬 수 없다. 경선 기회가 보장된다면 현역이 신인과의 싸움에서 유리하다. 현역은 신인에 비해 대부분 인지도가 높다. 특히 4년간 당원 명부를 틀어쥐고 관리해왔기 때문에 당원들을 상대로 한 경선에서는 더욱 유리하다. 때문에 비박계는 당원이 포함되는 '7대3'을 고집한다. 반면 친박계는 "100% 여론조사로 하자"고 하고 있다. 이한구 공천위원장이 '당원 30%, 일반 국민 70%'로 정해진 원칙을 사실상 '예외'로 돌리고, 100%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원칙화하겠다고 한 데 대해 비박계가 반발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김무성, 현 구도 유지해야 대선서 유리
김무성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정치 생명'을 걸고 상향식 공천을 추진 중이다. 명분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린다"는 것이다. 상향식 공천을 자신의 정치인생 내내 외쳐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친박 관계자들은 "김 대표가 현역 의원에게 유리한 제도를 밀어붙이는 것은 내년 대선 후보 경선을 겨냥한 포석"이라고 하고 있다. "현역들에게 유리한 상향식 공천을 지켜주면 상당수가 대선 때 자기편에 설 것이란 계산"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 등 비박계가 17일 "이한구 위원장 교체를 추진하겠다"며 의원총회 소집 카드를 꺼내 든 것도 결국 의원들이 자신들 편에 설 것이란 계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현재 의원 구도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 대표로 뽑혔다.
◇친박, 물갈이 통해 당권 재장악 노려
반면, 친박은 일부 현역을 빼고 그 자리에 자기들 사람을 채우려고 한다. 친박이 세력 확대를 꾀하는 것은 당권(黨權) 재장악을 위해서다.
여권 주류인 친박계는 최근 당내 선거에선 줄줄이 패했다. 지난 2014년 7월 김무성 대표가 비박계 지지를 업고 대표가 됐다. 이후 비박계는 국회의장·원내대표 경선에서 잇따라 이겼고, 그 결과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지목한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정부의 쟁점 법안 직권상정 요구를 거부한 정의화 국회의장이 태어났다.
친박계가 '새 인물'을 강조하고 이한구 위원장의 우선 추천 확대를 옹호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20대 국회에 새로운 친박계 의원이 많이 들어와야 이후로 예정된 전당대회와 대선 후보 경선 등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이 총선 이후 예정된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할 것이란 이야기도 있다. 수도권의 한 친박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서는 지금의 새누리당 내부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국민들도 '최악'이라고 하는 19대 의원의 물갈이를 원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