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 울산대 미술학부 교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경주 남산은 '야외 박물관'이란 별명에 걸맞게 한 해 200만명이 찾고 있다. 수십 개의 골짜기에 신라시대에 조성된 불상과 탑 등 불교 유물과 유적이 있어 산행이 지루하지 않다. 등산객과 관광객은 물론 방학에는 현장학습을 나선 학생을 많이 볼 수 있다. 손에 지도를 들고 유적을 찾아 나선 외국인들과도 심심찮게 마주친다.

그런데 남산을 오르다 보면 많은 유물·유적과 함께 만나게 되는 것이 분묘(墳墓)들이다. 신라시대 왕들의 무덤도 있지만 일반 분묘가 3000기에 이를 정도로 많은 것이다. 탐방로에서 마주치는 봉분, 탑과 불상 주변을 차지한 봉분들은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아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더욱이 무연고 묘들은 흉물이 아닐 수 없다. 유교사상이 지배해온 우리의 전통 장묘 문화에서 매장(埋葬)은 풍수지리와 더불어 대단히 중요하다. 묏자리를 잘 쓰는 것이 효의 실행이라 생각했기에 명당(明堂)의 관념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 '부처님의 땅'인 경주 남산이 최고 명당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경주 남산이 '공동묘지'가 되어버렸다.

경주국립공원사무소에서는 경관 복원을 위해 2008년부터 분묘 이장을 권고해왔으며, 더 이상의 매장은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성과가 미미해 여전히 봉분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장을 위해서는 공단의 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먼저 주민들과의 다각적인 만남을 통해 국립공원 관리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상당수를 차지하는 무연고 묘는 강제로 이장할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예산을 확보해서 이장 비용 외에도 필요하다면 보상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사유지 안의 분묘라는 이유로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새 장묘 문화에 대한 홍보를 통해 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이 급선무이다.

경관복원 사업이 시행된 후 지금까지 310기가 이장되었고 올해 추가로 140기 정도가 옮겨갈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속도로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경주국립공원사무소로서도 쉽지는 않겠지만 탐방로 입구에 안내 현수막을 내거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주민들을 더 자주 만나고 설득해 하루빨리 이장함으로써 남산이 자연과 예술이 살아 숨쉬는 쾌적하고 아름다운 세계적 명산으로 거듭나게 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