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길에 여러 차례 베이징에서 북한 식당을 가 보았다. 단고기(개고기), 개구리 뒷다리처럼 서울에선 맛보기 어려운 메뉴를 시켜 봤다. 음식이 맛있다고 하자 '봉사원'은 자랑스럽게 "재료를 전부 조국에서 가져왔다"고 했다. 20대 여성 봉사원이 하나같이 미모여서 "남남북녀가 맞는 모양"이라는 농담도 주고받았다. '미스 한'이라는 이름표를 단 봉사원은 쌍꺼풀이 예쁘다고 칭찬했더니 수술했다는 얘기를 이렇게 했다. "손님들 잘 모시라고 장군님이 해주셨습네다."

▶그때나 지금이나 해외 북한 식당 영업 방식은 비슷한 모양이다. 여성 봉사원이 음식 시중을 들다 때가 되면 아코디언과 전자 기타 등을 들고 나와 공연한다. '반갑습니다' '휘파람' 같은 북한 노래부터 한국 가요, 팝송, 중국 노래까지 자유자재 부른다. 식당 손님은 대부분 한국인 관광객이다. 그제 TV에서 캄보디아 시엠레아프에 있는 북한 식당 풍경을 봤다. 800명이 들어가는 대형 식당 주차장에 한국인이 타고 온 버스가 가득했다.

▶해외 북한 식당은 12개국 130개 안팎에 이른다. 중국·캄보디아·베트남·몽골을 비롯한 아시아에 주로 있고 러시아와 아랍에미리트에도 나가 있다. 2013년만 해도 100개가 조금 넘던 게 김정은 시대 들어 여러 기관이 외화 벌이 경쟁을 하면서 늘었다. 식당 한 곳이 벌어 평양으로 보내는 '충성 자금'은 적어도 한 해 30만달러라고 한다. 전체로는 4000만~1억달러로 짐작한다. 개성공단을 통해 흘러들어 간 돈이 연간 1억달러쯤인 것을 생각하면 만만치 않은 규모다.

▶한국인 여행자가 북한 식당을 찾는 이유는 우선 호기심이다. 기왕이면 동포 음식 팔아주자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북한 정권은 이런 심리를 노려 돈을 벌어들이고 그 돈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틀림없이 들어갔다. 정부가 관광객을 내보내는 여행사들에 북한 식당 이용을 삼가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정부 기관 해외 주재원도 못 가게 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2010년 천안함 폭침, 2012년 북한 로켓 발사 때도 교민과 주재원에게 북한 식당 출입을 자제하라고 했다. 이번엔 수위를 높여 관광객 출입 금지령을 내린 셈이다. 북은 핵과 미사일로 대한민국과 국민의 명줄을 움켜쥐려 든다. 북한 식당이 그 자금줄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돈을 보태주는 것은 어이없는 자해(自害)다. 하긴 2002년 서해에서 우리 고속정이 격침될 때도 동해로는 금강산 관광을 갔던 적이 있다. 이제 북한 식당 출입은 정부가 뭐라 하기에 앞서 국민이 알아서 끊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