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희 TV조선 기상캐스터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시인 김종길의 시 '설날 아침에'가 떠오르는 설 연휴였습니다.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따스하게 새해를 맞았지요. 낮 최고기온이 10도를 성큼 넘어섰습니다. 그제부터 오랜만에 눈이 아닌 비가 왔고요. 이 겨울비가 봄을 잡아끄는 것인지 많이들 물어보시더군요.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초콜릿 선물을 주고받는다는 내일 오후부터 찬 바람이 불면서 월요일 아침엔 서울의 체감기온이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집니다. 수요일까지 반짝 추위가 다녀갈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겨울이 저물고 봄이 떠오르는 징후가 있기는 합니다. 경복궁 담벼락 한쪽에 단단하게 얼어 있던 얼음 기둥이 연휴 동안 녹았더군요. 바야흐로 해빙기가 시작됐습니다.

한편으론 사고를 경계해야 할 때입니다. 국민안전처 통계에 따르면 해빙기 사고의 절반은 절개지 낙석 사고라고 합니다. 축대 사고, 건설 현장 사고도 많이 발생하고요. 날이 풀려 등산 많이 가실 텐데 길을 잘 살피셔야겠습니다.

산불도 조심해야 합니다. 2월에도 건조한 날이 많을 것으로 전망되고 늦겨울인 만큼 바람도 꽤 세게 붑니다. 불이 번지기 쉬운 날씨지요.

논밭 두렁 태우기도 시작됩니다. 22일 정월 대보름에는 쥐불놀이 같은 민속 행사도 열리고요. 산림청과 지자체에서도 산불 예방에 더 힘쓰는 때가 바로 2월 중순입니다. 작년에는 22일이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는데 당시 서울에 황사경보가 내려졌습니다. 올해 역시 2월에 황사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듯 한파를 떠나보낸 음력 새해에도 부탁할 것이 많습니다. 자세한 정보 빠르게 알려 드리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기상청·환경부 예보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중기(中期) 예보를 보니 다음 주 내내 평년보다 낮은 기온이 예상되네요. 그래도 조금씩 오름세를 보입니다. 얼음도 땅도 녹고 공기도 한결 부드럽습니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 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글을 열었던 시의 구절처럼 또 한 번의 새해를 맞이한 지금, 봄날을 꿈꾸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