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에 도전하는 인도 동계 스포츠의 영웅 쉬바 케샤반. 2014 소치올림픽에 출전할 당시의 모습이다.

[루지(luge)의 경기 방법과 규칙은?]

'살인 더위'로 유명한 인도는 동계 스포츠를 하는 것 자체가 상상이 잘 안 가는 나라다. 실제로 인구가 10억명이 넘는데도 동계올림픽에 가장 많이 출전했던 때의 선수 규모가 고작 3명이었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희귀한 동계 스포츠 선수 중에 전설적인 인물이 있다. 6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도전하는 루지 선수 쉬바 케샤반(35)이다. 20년 경력을 쌓은 그는 인도 역사상 최초의 루지 선수이며, 인도인으로는 처음으로 동계 종목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다.

그는 인도에서 겨울과 눈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역인 북부 히마찰 프라데시주(州)의 마날리에서 태어났다. 인도인 아버지와 이탈리아인 어머니를 둔 그는 어릴 적부터 자연스레 스키를 접했다. 1995년엔 인도 스키 유소년선수권대회에서 우승도 했다. 운동에 재능을 보인 그는 이듬해 유럽 루지 챔피언 출신 귄서 레메러(오스트리아)가 '루지 불모지'의 유망주를 발굴하기 위해 꾸린 캠프에 초청받았다. 캠프에서 자메이카 봅슬레이의 도전을 그린 영화 '쿨러닝'에 크게 감명을 받은 그는 루지에 몸담기로 결심했다.

변변한 훈련장 하나 없는 인도에서 루지 선수로 살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롤러 바퀴를 보드에 달아 히말라야의 비탈길에서 훈련을 했고, 실제 트랙을 머릿속에 그리는 '이미지 트레이닝'과 '동영상 학습'으로 실력을 쌓았다. 각종 대회 때마다 유니폼과 썰매 장비를 외국 선수에게 빌리기 바빴던 그는 매번 후원사를 어렵사리 구해 올림픽을 준비했다.

이런 노력으로 케샤반은 1998 나가노올림픽 때 17세의 나이로 '루지 역사상 최연소 올림픽 출전 기록'을 세웠다. 2014 소치올림픽까지 5회 연속 올림픽에 나갔다. 2011년과 2012년 아시안컵 연속 우승을 할 정도로 아시아에서는 정상급 실력이다. 올림픽 최고 기록은 2006 토리노올림픽 때의 25위다.

하지만 평창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기업 후원이 끊기면서 올 시즌엔 국제대회에 거의 출전하지 못했다. 공을 들여 영입한 미국 대표팀 출신 던컨 케네디 코치와의 계약도 해지될 상황이다. 그는 지원을 호소하는 편지를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썼지만 답장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벼랑 끝에 몰린 케샤반은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자국민을 대상으로 크라우드 펀딩 후원을 받기로 한 것이다. 그는 이달 초 인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빗 기빙(bit giving)'에 후원을 호소하는 동영상과 글을 올렸다. 목표 금액은 500만루피(약 8900만원)를 적었다.

이 글에서 그는 "20년간 인도를 대표해 왔으나 돈이 없어 은퇴의 기로에 섰다"며 "평창에 꼭 출전해 인도의 개막식 기수를 맡고 싶다"고 했다. "2002년 이탈리아가 좋은 조건으로 귀화를 제의했을 때 뿌리친 것도 인도 최초 선수라는 자부심과 애국심 때문입니다. 평창에 가는 꿈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