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 워킹맘 전혜연(38·서울 가락동)씨는 지난 1월 중순쯤 팔자에도 없는 '스파이 노릇'을 했다. 다섯 살 난 아이를 차에 태워 유치원에서 집에 데려오는 '라이딩 이모'의 뒤를 몰래 따라가 본 것이다. 전씨는 아이를 동네 유치원 종일반에 보내고 있는데, 종일반은 유치원이 끝났을 때 셔틀버스로 집에 데려다주기 어렵다고 했다. 종일반 아이들은 집에 가는 시각이 제각각이라 셔틀버스 운영이 힘들다는 이유였다.

전씨는 고민 끝에 아이를 유치원에서 집까지 차에 태워 데려오고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간식을 먹여주며 놀아주는 이른바 '라이딩 이모'를 구했다. 월~금요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매일 4시간 일하는 조건으로 주는 돈이 한 달 60만원. 서울 출생 한국인이고 운전면허도 있다지만, 그래도 마음을 놓지 못한 전씨는 사흘 정도 회사에 반차를 내고 저녁마다 유치원에 가서 '라이딩 이모'가 아이를 찾아 집에 데려가는 과정을 차를 타고 따라갔다. 전씨는 "라이딩 이모가 아이를 차에 태워 혹시 엉뚱한 곳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들어 사실상 미행을 했다"면서 "삼일 정도 뒤를 밟아보니 별일 없기에 비로소 안심했다. 걱정이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 아이를 맡기려니 아무래도 불안했다"고 말했다.

요즘 워킹맘들 사이에 자녀 '등하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셔틀버스를 운영하지 않는 유치원이나 학원에 아이를 맡겨야 하는 엄마들, 워킹맘이어서 아이들 시간에 맞춰 데리러갈 수 없는 엄마들에겐 특히 그렇다. 맞벌이 증가, 작년 3월부터 실시된 9시 등교, 갈수록 늘고 있는 아동 청소년 대상 범죄…. 이런 이유들이 어쩔 수 없이 적지 않은 엄마가 '등하교 도우미'나 '신변보호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키우는 회계사 김지수(37·서울 잠원동)씨는 경호업체의 '신변보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다. 회사 출근 시각은 이른데 아이 등교 시각은 오전 9시로 늦춰졌다. 학교에서 워킹맘을 위해 운영한다는 '아침돌봄교실'은 경쟁이 치열해 아이를 넣기 쉽지 않을뿐더러, 넣는다고 해도 '일하는 엄마의 아이'임을 알리는 꼴이 돼서 망설여졌다고 했다. "애 엄마가 전업주부가 아니라 일하는 엄마라고 소문 나면 아이가 또래 친구 사귀는 게 쉽지 않다는 것, 아시죠?" 김씨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결국 김씨는 경호 전문업체의 신변보호 서비스를 택했다. 훈련된 경호원이 아이를 집에서 학교까지 또는 학교에서 집까지 차로 데려다주는 서비스다. 아이가 무사히 차에 타고 내리는 모습을 촬영해 부모의 휴대전화로 전송해주고, 아이에게 간단한 간식도 준다. 30분 미만 거리를 차로 한 번 데려다 주는 비용은 1만8000원. 거리가 멀어질수록 비용도 올라간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한 달을 이용하면 72만원 정도 드는 셈이다. 김씨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 망설였지만, 아이 등하교 때문에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되니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일부 업체에선 아이 손을 잡고 아파트와 학교 또는 학원까지 함께 오가는 소위 '도보 서비스'도 해준다. 한 신변보호업체는 "아이 손을 잡고 학교에서 집까지 데려다주는 건 월 30만원이고, 등하교를 모두 이용하는 경우엔 55만원"이라고 했다. 아이 성향에 따라 여자인 '이모님'을 택할 수도 '씩씩한 경호원 아저씨'를 택할 수도 있다는 게 이 업체의 설명이다.

등하교 도우미나 신변보호 서비스가 너무 비싸 망설이는 엄마들은 고심 끝에 아이들을 학원으로 돌린다. 태권도, 미술학원, 발레, 피아노 같은 일부 예체능 학원의 경우 집→학교→학원→집의 순서로 아이들을 태워주는 등하교 서비스를 무료 혹은 월 5만~10만원에 해주기 때문이다. 개인 사업을 하는 권선예(41·경기 성남시)씨는 "아이에게 뭘 더 가르치려고 학원을 보내는 게 아니라, 안심하고 등하교시킬 수 있는 학원 셔틀버스 때문에 학원을 보내는 엄마가 더 많은 것처럼 보인다"면서 "세상이 워낙 험한 데다 엄마들이 아이를 어딘가에 맡기고 편하게 일할 수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