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일 국무회의 비공개 부분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공방을 벌인 후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언성을 높였다는 보도와 관련, “(현 수석이) 서울시민에게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국무회의 후 회의장 밖에서 박 시장을 복도에서 만난 현 수석이 "국무회의장을 국회 상임위원회식으로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고 밝혀 공방이 벌어졌다.

박 시장은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그분(현 수석)이 소리를 상당히 높여서 주변에 있는 사람이 다 들었고, (회의가) 끝나고 나오는 복도에서 민망할 정도로 그런 얘기를 했다”며 “사실 굉장히 불쾌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저는 국무회의 의결권은 없지만 참석, 발언권이 있다”며 “국가적 사안에 대해서도 발언하라는 법적 자격으로 참석한 것인데 옆 사람이 다 들릴 정도로 그렇게 말하면 오히려 대통령을 부끄럽게 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본지 통화에서 "현 수석이 박 시장을 배웅하면서 '잘 오시지도 않다가 오셔서 국무회의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여기가 국회 교문위도 아니고 뜬금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정치 쟁점화를 시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한 뒤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며 "대통령도 계시는데 고성을 지를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자신의 국무회의 발언을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이준석 사회부총리가 브리핑 등으로 비판한 것과 관련, "제가 말씀드린 것을 존중하지 않더라도 일부러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비난할 필요가 있는가. 부총리들은 민생을 해결해야 하는데 그렇게 한가한가"라며 "소통 좀 해주십사 한 것밖에 없는데 왜 그렇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지"라고 말했다.

박원순 페이스북 캡처

박 시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사실과 다른 국무회의 발언이 공개돼 본질과 다른 갈등을 부추기는 작금의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말로 말을 만들지 말고, 국무회의 속기록을 공개해서 갈등의 확산을 막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누리과정과 관련한 불필요한 갈등이나 혼란이 확대되지 않게 대통령과 정부가 앞장서서 대화의 마당과 자리를 만들어 본질적이고 종합적인 해결책을 만들어 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시는 민생과 싸우는데, 정부는 서울시와 박원순과 싸운다는 말이 있다"며 "설 이후에는 정부와 함께 현장에서 국민 마음속 걱정과 싸웠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