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는 항상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사람들이 정치의 변화를 갈망하기 때문입니다.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과 냉소 때문이기도 합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참신한 인재들을 영입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벌써 선거대책위원회 또는 최고위원회에 이름을 올렸고, 총선에서도 비례대표나 지역구 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이 왜 정치를 시작하려 하는지, 앞으로 당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지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중국은 머스트마켓...세계 모든 대기업이 경쟁하는 시장"
"쯔위(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이야기는 안 하는 것이 좋다"
오기형 변호사(50, 사법연수원 29기)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기 전까지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중국업무를 총괄했다. 오 변호사는 2008년부터 태평양 상하이(上海) 사무소 대표를 맡아 2009년 하이닉스의 중국 우시(無錫) 합작회사 설립과 2010년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廣州) 합작회사 설립을 자문했다. 2014년부터는 중국업무팀장을 맡아 베이징(北京) 지사까지 총괄했고, 최근에는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에 대한 자문 업무도 했다.
조선비즈는 오 변호사를 지난달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중국전문가로 영입된 오 변호사에게 최근 핫이슈가 된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인 멤버 쯔위의 ‘대만 국기 사건’과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의 대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부터 물었다.
오 변호사는 “정부가 관련할 문제가 아니라 말할 게 없다"며 “쯔위 이야기는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대만과 대륙(중국)의 민감한 정치적 정서 때문에 한국이 처신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오 변호사의 표현에 따르면 중국은 ‘머스트(MUST) 마켓(꼭 필요한 시장)’이다.
◆ “박근혜정부, 한중관계 잘하고 있다”
오 변호사는 “중국 시장은 중국 기업들이 경쟁하는 시장이 아니라 세계 모든 대기업이 경쟁하는 시장”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업이 경쟁하는 미국 시장이 중요한 것처럼 세계적 기업들이 경쟁하는 중국 시장에서 잘 한다는 것은 세계적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은 각 성(省)마다 달라서 32개의 나라가 있는 셈”이라며 “성(省)별로 불균등 발전이 이뤄져, 발전된 곳에서는 세계적 기업들이 경쟁하지만 발전이 안된 곳에는 여전히 틈새시장이 있다”고도 말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무조건 찬성”이라며 “어떻게 잘 할 것인지를 논쟁해야지 할까 말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근혜정부의 대(對)중국 정책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한중관계는 박근혜정부 들어서 괜찮다. 잘하고 있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다만 “이번 한중FTA 합의는 상품시장 중심으로 이뤄졌고, 서비스시장은 원칙적으로 개방하겠다는 추상적 문구만 합의돼 개별 서비스시장은 앞으로 2년간 더 협상하기로 한 것이다”며 “우리나라 서비스 시장 업계 관계자가 그 과정을 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서울법대 학생회장, 기업을 알기 위해 민변 대신 로펌 선택
오 변호사는 민변이 아닌 대형로펌 출신이다. 오 변호사가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하자 일부 태평양 동료들은 “이제 로펌에서 지위가 좀 안정됐고, 앞으로 10년이 제일 편한데 그걸 뿌리치고 왜 정치권에 가나”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선택한 정당마저 야당인 더민주라니,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오 변호사는 1988년 서울대 법대 학생회장을 지내고,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수배와 구속 전력이 있는 학생운동 출신이다. 이 때문에 그는 사법연수원을 마친 뒤 판사나 검사 같은 공직으로 들어가기 어려웠다.
‘야당이 20대 국회에서 또 운동권 인사를 영입했다’는 지적에 어떻게 답하겠냐고 물었더니, 오 변호사는 “과거가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그 당시에 학생운동을 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당시 노동운동 하면서 (경찰서를) 들락날락 하다가 고시를 처음 시작한 게 과 선배 원희룡(현 제주도지사, 서울대 법대 82학번)”이라며 “그 후 (주위에서) 조금씩 하고, 나도 그 (고시) 물결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법연수원을 마친 뒤 민변과 로펌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하다 로펌을 선택했다. 그는 로펌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 중에 누군가는 사회와 기업을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 속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맞다는 생각으로 로펌에 들어가 기업을 보면서 살았다”고 말했다.
◆ “과거는 경부선 시대, 지금은 서해안 시대”
오 변호사는 태평양 입사 후 국제거래 업무를 배우기 시작했다. 외국기업의 우리나라 투자, 국내 기업의 외국 투자 과정의 분쟁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전문성을 쌓았다. 2004년 미국 로스쿨에서 공부하면서 국제투자보장협정, 남북경협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과정에서 개성공단 모델이 된 중국의 개혁개방 관련 법제를 심도있고 연구했고, 이를 계기로 한중 투자업무를 맡게 됐다.
오 변호사가 정치를 통해 하고 싶은 일도 한중관계와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 정치권, 제도권에서 중국을 적극적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며 “관계를 맺고 발전시키는 것을 적극적으로 생각한다. 정치권 전체가 그렇게 가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는 서울~부산을 축으로, 부산을 통해 미국에 수출하는 경부선 시대였다면, 지금은 서해안 시대”라며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할 일이 있겠다 싶었고, 남북관계도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개별기업이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것이 국가전략과 제도에 관한 것”이라며 “정치가 그런 문제를 푸는 것”이라고도 했다.
◆ “86세대-당 오래 한 분들, 치열하게 자기반성해야”
오 변호사는 자신도 86세대지만 더민주의 전대협 출신 정치인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그는 최근 영입된 다른 인사들과 함께 당 쇄신 모임인 뉴파티위원회에 속해 있다.
더민주 내 총학생회장 출신 의원들에 대한 평가를 묻자, 오 변호사는 “86세대 중에 지금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고, 그걸 획일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더민주의 모든 구성원이 치열하게 자기반성을 할 때다. 특히 86세대나 더민주에서 오랫동안 한 분들이 다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 온 분들이 비판 자격이 있냐고 따지면 부끄러운 것도 있으니 우리도 같이 반성하고 헌신할 게 뭔지 고민해야 한다”며 “우리도 험지에 나가야 하고 그들도 반성하면서 뭔가 할 일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 광주 출마 선언...국민의당 후보와 격돌할 듯
오 변호사는 더민주가 국민의당과 격돌하고 있는 최전선인 광주에서 출마를 선언했다.그는 전남 화순 출신이지만 광주 조선대부속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구체적인 지역구는 더민주의 선거전략에 맞춰 결정할 계획이다.
마침 인터뷰 당일인 지난달 23일은 오 변호사가 광주를 다녀온 직후였다. 그는 광주 분위기에 대해 “토요일부터 눈이 많이 와서 참석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수천명이 왔더라”며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계셔서 힘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당에 대해 질책하는 분, ‘니들이 어떻게 하나 보자’는 분, ‘호남정치의 미래를 보여라’, ‘정권교체의 가능성과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도 있었다”며 “우리가 얼마나 절실하게 반성하고 혁신하는지, 좀 더 잘 할 때까지 두고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