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가 무서운 속도로 해외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 새해 들어 불과 한 달 남짓한 기간,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규모는 사상 최고였던 2015년 한 해의 60% 수준을 돌파했다. 해외 언론들은 지난해 25년 만에 최저 성장률을 기록한 시진핑호(號)가 M&A를 통해 성장 한계를 뚫겠다며 국가 전략 차원에서 기민하게 움직인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중국 기업들이 역대 최고 속도로 해외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 들어 중국 기업이 외국 회사를 인수하는 데 투입했거나 투입할 예정인 금액은 현재 679억9000만달러(약 82조7000억원)에 이른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 한 해 전체(약 1130억달러)의 60%가 넘고, 역대 2위였던 2014년 기록과 맞먹는다.

신젠타 인수 득의만면 - 중국 최대 화학 업체인 중국화공(ChemChina)의 런젠신 회장이 3일(현지 시각) 스위스 바젤에서 신젠타 임원들이 모인 가운데 사업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중국화공은 세계 최대 종자 업체인 스위스의 신젠타를 430억달러(약 52조원)에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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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빅딜이 줄을 잇고 있다. 중국 기업 사상 역대 최대의 해외 M&A가 바로 3일 성사됐다. 이날 스위스 바젤에서는 중국 국영 중국화공그룹의 런젠신(任建新) 회장과 세계 1위 농약품 회사 겸 3위 종묘 회사인 신젠타(Syngenta) 경영진이 430억달러(52조원)짜리 인수합병안을 발표했다. 이로써, 중국화공은 세계의 종자 주권을 쥐고 흔드는 미국 몬산토와 경쟁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단숨에 성장했다. 중국화공에 앞서 중국 가전 업체인 하이얼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 부문을 54억달러에, 부동산·엔터테인먼트 업체인 다롄 완다그룹은 미국 영화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를 35억달러에 각각 인수하기로 했다.

주목할 점은 올해의 경우 해외 M&A 속도도 최고지만, M&A에 나선 기업들 중 국영기업의 비중 역시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해외 기업 인수 중 국영기업 비중은 30%에도 못 미쳤다. 올해는 현재까지 이뤄진 680억달러의 해외 M&A 중 75%인 510억달러가 국영기업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WSJ는 이에 대해 시진핑이 '일대일로(一帶一路·신실크로드)'를 주창하며 경제활동 무대를 중앙아시아·유럽·동남아시아 등으로 넓히도록 강조하는 것과 맞물려 국영 기업이 총대를 메고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최근 국영기업들의 해외 인수전은 중국 정부의 독려와 지원 없이는 성사되기 힘든 거래가 적잖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화공의 신젠타 인수다. 중국화공의 인수액 430억달러는 중국 최대 화학기업인 중국화공의 한 해 매출(450억달러)과 맞먹는다. 기업의 독자적 자금 동원 능력만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규모지만, 거래 성사 가능성이 무르익자 중국화공은 단 며칠 만에 정책금융으로 200억달러 이상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중국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열풍이 1980년대 일본 기업의 미국 공습을 연상시킨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완다그룹의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 인수는 일본 소니의 컬럼비아영화사 인수와 닮았다는 것이다. 당시 성장이 정체되기 시작한 일본 기업들이 해외 투자로 활로를 모색했듯이, 지난해 GDP 성장률 6.7%로 사반세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중국의 기업들이 투자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국내 대신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외 환경도 이런 움직임을 자극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매물값이 더 오르기 전에 원하는 해외 기업을 손에 넣으려는 중국 기업들의 발길이 빨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M&A가 과거에는 주로 제3세계 자원 기업에 집중돼 크고 작은 부작용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선진 기업들이 주 타깃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들이 질적인 도약을 위해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 미래 성장 동력을 추구한 결과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