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모인(아이오와)=김은정 특파원

지난 1일(현지 시각) 오후 7시쯤 아이오와주(州) 한 고등학교를 찾았다. 공화당과 민주당 코커스가 동시에 열리는 곳이었다.

대강당에 마련된 공화당 투표장은 엄숙했다. 유권자 250여명이 긴 의자들을 빼곡히 메우고 있었다. 투표지를 받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유권자가 이름을 대면 스태프가 당원 명부에서 확인한 뒤 사인을 받는 게 전부였다. 준비해 온 투표지가 다 떨어지자 공책을 찢어 나눠 줬다.

30분간의 토론은 차분했다. 후보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유권자 한두 사람이 나와 지지 연설을 했다. 그러나 트럼프 차례엔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았다. 눈치 보다 나온 프랙터(37)는 "트럼프가 미국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어 케빈(48)이 "트럼프는 부끄러운 후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투·개표 과정은 반장 선거를 떠올리게 했다. 집에서 가져 온 뚜껑 없는 플라스틱 통이 투표함으로 변신했고, 'I ♥ CRUZ'처럼 변형되거나 이름 철자가 틀려도 의미만 통하면 유효표로 인정했다. 기자가 부정선거 가능성을 우려하자 한 스태프는 "우린 서로를 믿는다"며 웃었다.

도서실에서 열린 민주당 코커스는 왁자지껄했다. 스탠딩 형식이어서 200여명이 모이니 그야말로 집회 현장 같았다. 사회자는 힐러리, 샌더스, 오말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각각 왼편, 가운데, 오른편에 모이게 했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10여명의 유권자도 집합시켜 20분간 생각할 시간을 줬다.

그러자 열성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자기 후보 PR에 나섰다. 미셸(43)이 "힐러리는 경륜이 있다"고 하자, 샌더스 지지자 조앤(66)은 "부패한 워싱턴 정치는 필요 없다"며 맞섰다. 약속한 시간이 되자 사회자는 그룹별로 10명씩 줄을 세워 머릿수를 셌다.

얼핏 보면 굉장히 허술해 보인다. 그러나 인구 300만 아이오와 주민에게선 '미국 대통령도 결국엔 내 손끝에서 나온다'는 강한 자부심이 엿보였다. 우리 정치권은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제(완전국민경선) 도입을 논의하다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미국식 제도만 옮겨온다고 되는 게 아니라 당원과 국민이 선거의 주인이라는 자각(自覺)을 하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