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쓴 한국 문학사가 잇달아 나왔다. 김종회 경희대 국문과 교수를 비롯한 연구자 20명이 '한민족 문학사'(전 2권·역락출판사)를 낸 데 이어 이광호 서울예대 문창과 교수가 근대 이후 한국 문학에서 시선(視線)을 주제로 삼아 '시선의 문학사'(문학과지성사)를 펴냈다.
'한민족 문학사'는 "남북한 문학은 물론 재외 한인 문학 전체를 하나의 문화권으로 바라봄으로써 진정한 의미에서 민족문학의 역사를 기술하려 한다"고 선언했다. 근대 이후 한반도뿐 아니라 북한·중국·중앙아시아·일본·미국까지 문학사의 범위를 넓힌 것. 시대 구분도 ▲개화기 이후 1910년 국권상실기▲1910~1945년 일제강점 침탈기▲1945~1980년 민족분단 대립기▲1980년 이후 다원주의 문학과 정체성 확장에 이른 글로벌시대 확산기로 나눴다. 1980년대 이후 남북한과 재외 한인 사회를 둘러싼 국제 질서가 대거 변했고, 한민족 공동체에서 다양한 문학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1권은 남북한 문학을 다룬다. 근대 이후 한국 문학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한국 소설이 탈북자 문학과 '탈국경'의 상상력 시대로 진입했다고 본다. 탈북자를 통해 남북한을 모두 비판적으로 보려는 '경계인' 문학이 제기됐다고 한다. 북한 문학도 김정은 시대를 맞아 변화했다.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엔 지도자의 어버이상(像)을 강조했지만, 요즘엔 김정은의 '젊음'을 칭송하는 문학이 주류를 이룬다는 것. 동시에 청년대학생이나 청년근로자를 강조하는 청춘 문학도 성행한다고 한다.
2권은 재외 한인 문학사다. 중국 조선족 문학은 19세기 후반부터 독자적으로 발전했다고 본다. 과거엔 민족 정체성 탐구에 주력했다면, 최근엔 "급격하게 변화하는 조선족 사회의 세태 풍속을 스케치하면서 통속화돼가는 경향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는 '고려인' 문학은 1920년대부터 등장했다. 고려인 문학은 1980년대 이후에서야 스탈린이 저지른 고려인 강제 이주를 증언하는 문학을 비롯해 민족적 정체성을 다루는 작품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카자흐스탄에서 활동하는 라브렌띠 송이 쓴 희곡 '기억'은 보기 드물게 고려인의 한글로 쓴 작품이다. 1937년~1942년 고려인이 카자흐스탄에 정착하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묘사했다. 한국어와 문화, 강제 이주의 역사를 젊은 고려인들에게 전해주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이광호 교수가 쓴 '시선의 문학사'는 '시선'이란 특정 주제로 한국 문학의 근대성이 확립되는 과정을 미시적으로 다뤘다. 이 교수는 "한국 문학사를 시선 주체의 문제를 중심으로 재구성한다는 것은 근대적 문학 주체의 형성과 그 언어 양식화의 문제를 탐구하는 것"이라며 "동시에 근대적 문학 주체들의 오인과 착종과 분열을 반성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선의 문학사'는 한국 근대 문학의 뿌리를 18세기 박지원의 '열하일기'에서 찾았다. 박지원의 중국 기행문이 "새로운 문물에 대한 눈뜸이라는 근대적 시선 주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대담하게 평해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 문학사를 시선의 문제에서 맥락화한다면, '열하일기'에는 향후 200여 년 한국문학 시선의 모험이 거의 망라되어 있다"는 것. '시선의 문학사'는 1920년대 이후 한국 문학에서 사실주의가 강조됐다고 본다. 이 책은 '김소월과 풍경의 탄생' '김기림과 박람회의 시선' '김수영과 시선의 정치학''오정희와 여성적 응시' 등등 한국 문학의 주요 텍스트를 '시선'이라는 관점으로 재조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