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움직임도 느끼지 못했는데 차창 밖으로 풍경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지난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교통센터. "열차가 이제 출발합니다!" 한국기계연구원 신병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실용화사업단장의 안내 멘트가 없었으면 출발을 몰랐을 정도 출발 시의 진동은 작았다.

개통식을 하루 앞둔 2일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가 시범 운행을 하고 있다. 자기부상열차는 앞으로 인천공항교통센터에서 용유역까지 6개 역 6.1㎞ 구간을 운행하게 된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3일 개통…일본 이어 세계 두번째]

국내 첫 자기부상열차인 '에코비'가 철로에서 8㎜ 정도 떠 있다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퀴도, 기관사도 없이 무인 작동하는 이 열차는 속도를 시속 70㎞까지 올리는 동안에도 차체에 큰 흔들림이 없었다. 첫 번째 정차 역에 멈춰 설 때 보통 전동차처럼 '끼이익' 하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승차감은 좋고, 소음은 낮은 차세대 신종 열차가 국내에 처음 등장한 것이다.

◇세계 두 번째 상용화

언론에 먼저 공개된 무인 자기부상열차는 3일 개통돼 인천국제공항 주변 6.1㎞를 운행한다. 2량짜리 열차 4대가 인천국제공항 교통센터부터 용유역까지 6개 역을 하루 15분 간격으로 운행하게 된다. 국토교통부와 공항공사 등이 지난 2006년 10월부터 4149억원을 들여 자기부상열차 상용화를 추진한 지 9년4개월 만이다. 공항공사는 한동안 자기부상열차를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최대 시속 100~110㎞까지 달릴 수 있는 도시형 자기부상열차의 상용화는 세계적으로 2005년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가 두 번째다. 신병천 단장은 "다음 달 중 개통 예정인 중국을 아슬아슬하게 따돌렸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내부 모습

승객으로서 느끼는 자기부상열차의 큰 장점은 소음이 거의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열차가 달리는 동안 유리창 바깥에서 부는 바람 소리가 '웅웅' 하며 들릴 정도로 차량 내부는 조용했다. 기계연구원에 따르면 보통 경전철은 실내 소음이 70㏈(소음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 실외 소음은 80㏈이지만 자기부상열차는 실내외 모두 65㏈ 이하로 측정됐다. 80㏈ 소음은 청력 장애까지 유발할 수 있지만 자기부상열차 소음의 크기는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소음 크기가 작아 철로 양옆엔 방음벽이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유리창 너머 주변 경관을 6.1㎞ 구간을 운행하는 내내 살펴볼 수 있었다.

열차가 지나가는 구간 중 오피스텔과 15m 정도까지 근접하는 구간에 접어들자 열차 창문이 순간적으로 흐려졌다. 창문 유리 사이에 들어가 있는 액정 시트 필름에 전기가 흐르면서 유리창이 불투명하게 변한 것이다. 신병천 단장은 "주변 지역 사람들의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다.

이 열차의 차량 폭은 2.7m로 일반 전철(3.5m)에 비해 좁은 편이었다. "열차의 설계 속도는 시속 110㎞이지만 운행 최고 속도는 시속 80㎞"라고 기계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건설 비용은 경전철 수준, 운영비는 30% 저렴

자기부상열차는 기계연구원 등이 국내 순수 기술로 개발했다. 소음·분진이 없는 친환경성이 강점이지만 경제성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1㎞당 건설 비용도 보통 경전철 수준인 400억~500억원 정도이고, 열차 1량 가격도 20억~25억으로 비슷하다. 대신 "바퀴 등 열차 부품이나 레일의 마모가 적어 운영비는 일반 전철보다 30% 정도 낮다"고 기계연구원은 설명했다.

자기부상열차 개통은 당초 2013년 8월로 예정됐다가 올해 2월로 다섯 차례 연기됐다. 새로운 기술이다 보니 안전성 우려가 제기돼 이를 해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강풍이 부는 경우 열차가 한쪽으로 기울면서 차체와 레일이 맞닿아 열차가 멈춰 설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계연구원 관계자는 "바람이 초속 15m 이상 불면 시속 40㎞ 이하로 감속하고, 초속 20m 이상일 땐 운행을 중지하는 등 운전 기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용유역에 내리면 마시안해변, 을왕리해수욕장, 무의도 등 관광지로 갈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서해안 관광지로 가려는 사람들이나 공항 주변을 잠시 둘러보고 가려는 환승객들이 많이 이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품하자 수두룩...해외에선 "전면 운행 중단" 망신살]

탈 많고 말 많은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공개

한국기계연구원과 현대로템,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참여한 도시형자기부상열차실용화사업단은 2014년 인천국제공항에서 도심형 무인 자기부상열차를 처음 공개하고 시승식을 열었다.

공개된 무인 자기부상열차는 100%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졌으며, 인천국제공항역에서 용유역까지 6.1㎞구간을 시속 110km로 달릴 수 있다. 사업단은 2006년부터 무인 운전 자기부상열차 개발에 착수해 지난해 8월 시범 노선 시설분야 준공을 마쳤다.

자기부상열차는 자석이 같은 극끼리는 밀어내고 다른 극은 잡아당기는 원리를 이용해 차체를 공중에 띄워 달리는 원리를 이용한다. 바퀴가 없어 레일과 마찰이 없어서 진동이나 소음이 작은 것이 특징이다. 일반 열차에서 흔히 고장을 일으키는 바퀴나 기어, 베어링 같은 부품을 쓰지 않아 운영비의 80%를 차지하는 유지보수 비용이 들지 않는다. 임용택 기계연구원장은 “세계적으로 녹색교통 수단인 자기부상열차가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도시형 철도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는 자기부상열차의 차량·신호 간 노이즈 발생, 차량 속도 검지 센서의 오류 등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통 일정을 졸속으로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선 잇단 개통 연기로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상용화한다던 한국형 자기부상열차의 신뢰감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인증센터는 “2011년 9월부터 4개 열차에 대해 52개 성능시험 항목으로 구성된 시험을 국내 최초로 마련된 법적 기준에 따라 가혹하고 다양한 운행조건에서 엄격히 시행한 결과, 자기부상열차 성능이 기준을 모두 만족해 성능인증서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박근태 기자

2일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가 개통을 하루 앞두고 시범운행을 하고 있다. 이 열차는 무인 자기부상열차로 인천공항 교통센터부터 용유역까지 6개역을 운행한다.

공중 부양

중력과 반대로 작용하는 '힘' 필요

우리가 사는 지구에는 중력이 존재합니다. 중력은 지상의 모든 물체를 지구로 끌어당기는 힘이지요. 과학자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중력을 발견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진 일화입니다.

주니어 트리즈 열세 번째 발명 원리인 '공중 부양'은 중력에 반해, 공중이나 물 위로 물체를 띄움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발명 기법입니다. 공중 부양을 하기 위해서 지구의 중력 방향과 반대로 작용하는 다른 힘들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자석이나 기체, 액체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자기부상열차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자석은 같은 극끼리 서로 밀어내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열차 바닥과 선로를 같은 극의 자석으로 만들어, 서로 밀어내는 힘을 이용해 열차를 레일 위로 공중 부양시킨 발명품이 자기부상열차입니다.

일반적인 열차는 레일 위를 바퀴로 굴러서 움직입니다. 이때 열차의 바퀴와 철도의 레일 사이에 마찰이 발생하는데, 마찰 때문에 속도가 많이 나지 못하고, 그 마찰을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연료가 소모됩니다. 그러나 자기부상열차는 자석의 힘으로 열차를 공중 위에 띄우므로 레일과 마찰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적은 연료로도 엄청난 속도를 낼 수 있지요.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