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기존 미처리 쟁점 법안 9건에 더해, 국회에 계류 중인 또 다른 민생·경제 법안 9건의 처리를 요구했다. 법안 18건의 이름과 내용은 물론 발의 시기와 계류 기간, 처리가 안 됐을 경우 부정적 효과까지 수치를 들어가며 21분에 걸쳐 발언을 이어갔다.
박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와 민생 안정을 위해 필요한 법들이 수년째 통과되지 못하고 쌓여가고 있다"며 "(여야는) 지금 정치권에서 펼쳐지는 권력 관련 쟁점에서 벗어나 국민의 목소리를 돌아보기 바란다. 선거 때마다 국민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칠 것이라고 했던 말씀들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약속과 신뢰를 지키는 신의의 정치를 하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하고 싶다는 청년들의 간절한 절규와, 일자리 찾기 어려워진 부모 세대의 눈물, 인력을 구하지 못해서 애가 타는 업계의 한숨이 매일 귓가에 커다랗게 울려 퍼져서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갈 지경"이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새로 꺼내든 법안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자본시장법 ▲중소기업진흥법 ▲대부업법 ▲서민금융생활지원법 ▲대학구조개혁법 ▲페이고(Pay-go)법 ▲민간투자법 ▲행정규제기본법 등이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일시적 유동성 문제가 있지만 회생 가능한 기업을 조기에 경영 정상화하는 내용이다. 박 대통령은 "기업과 창업자들의 발목을 잡지 말고 성장 동력을 신속히 재정비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 법을 기존 기업활력제고특별법과 함께 처리해야 할 법으로 제시했다. 또 코스닥 외에 신생 벤처기업 등을 위한 '코넥스 시장'을 설립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명문 장수(長壽) 기업을 선정해 지원·육성하는 중소기업진흥법 개정안이 함께 '경제활력제고법'으로 분류됐다.
대부업법은 법정 최고 금리를 34.9%에서 29.9%로 인하하는 내용으로, 박 대통령은 "백번 서민 걱정하기보다 이런 법을 통과시켜야 도움을 받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서민 금융 지원 기능을 통합한 '서민금융진흥원'을 신설하는 내용의 서민금융생활지원법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구조 개혁과 관련해서는 대학 정원·학과를 산업 현장 수요에 맞춰 조정하는 대학구조개혁법과 함께, 의원 입법 시 비용 추계서 외에 재원 조달 방안도 함께 제출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일명 페이고·Pay-as-you-go법)을 꼽았다.
박 대통령은 또 규제 총량을 제한해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과 관련,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규제를 면제하는 배려가 포함돼있고 대기업 특혜를 주는 법도 아닌데 2년째 국회에 묶여있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또 민간 건설사가 공공 청사 건설에도 투자할 수 있게 하는 민간투자법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촉구했다.
위 법안 9건은 대부업법 정도를 제외하면 최근 이슈가 되지 않았던 것이 대부분이다. 19대 국회에서 짧으면 5개월, 길면 3년여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가 안 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 박 대통령이 수개월간 주력해온 기존 쟁점 법안에서 벗어나 '요구 물량'을 늘린 것은 생산성을 따지고 들어가 국회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야당은 자신들이 총선을 앞두고 꺼내든 '경제 실패 정권 심판론'에 맞서 박 대통령이 '국회 책임론'을 전면화하려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여당도 임시국회가 며칠 남지 않아 기존 쟁점 법안 처리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필수 리스트'가 두 배로 늘어난 데 당황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