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정인봉 전 의원(종로구 당협위원장)이 창신시장에서 유권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정치 1번지'로 통하는 서울 종로는 새누리당 후보들의 총선 전초전으로 뜨겁다. 우선 이 지역에서 3선(選)을 한 박진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맞대결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직 당협위원장인 정인봉 전 의원도 "경선 완주(完走)"를 공언하고 있다.

새누리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이 지역의 경선전은 '국민 70%, 당원 30%'의 비율로 여론조사를 통해 승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3선을 한 관록과 지역 친화력이, 오 후보는 높은 인지도와 두 차례 서울시장 경험이 각각 강점으로 꼽힌다. 조직력에서는 박 후보와 정 후보가 각각 "내가 더 앞선다"고 하고 있다.

일요일인 31일 오후 1시 박 후보는 북촌과 삼청동 일대를 거슬러 올라가며 유세를 했다. 상인들은 "박 의원님" "고생 많으시다"며 먼저 인사를 건네왔다. 한 식당 주인은 "박 의원과는 서로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중국인 관광객과 마주치자 유창한 중국어와 영어로 "종로는 천안문 광장 앞과 같은 곳"이라며 한참 종로 자랑을 했다. 박 후보는 "이번 선거는 '풀뿌리 후보 대 꽃꽂이 후보'의 대결"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오 후보가 자신의 고집만 내세워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하게 만들더니 이번엔 당의 명령을 어기고 해당(害黨) 행위를 했다"고 했다. 그는 "오 후보가 다른 지역 후보나 비례대표로 나갔으면 두 명이 같이 국회에 들어갈 수 있었을 텐데…"라고도 했다. 그는 판세에 대해 "오 후보가 인지도는 나을지 몰라도, 호감도는 내가 더 높다"고 했다.

박 후보는 "끝까지 자기만 앞세우는 오 후보에 대한 당원들의 반감이 상당하다"며 "당원들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 발전 방안에 대해서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서 좋지만 임대료만 오르고 주민 생활이 불편해진 측면도 간과해선 안 된다"며 "문화와 전통을 살리면서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이날 기독교·천주교·불교 행사에 참석하고 지역 동호회 임원들도 만났다.

오 후보는 이날 배드민턴·축구·탁구 모임을 찾고 당원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도 벌였다. 오전 9시 청운초교에서 만난 오 후보는 "하루에 10~20곳씩 다니는데, (선거운동이) 일단 재밌다"고 했다. 그는 "종로는 오랫동안 지역 발전이 더뎠다"며 "일 잘하는 '새 일꾼'이 뿌리내려야 종로가 바뀐다"고 했다. 그는 "종로는 부촌과 열악한 지역이 혼재해 세심한 도심 복원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며 "(시장 시절) 광화문 광장,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만든 것처럼 종로에서도 결과물을 내겠다"고 했다. 판세에 대해서는 "여론조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종로가 100% 여론조사 지역이 될 이유가 있느냐"고도 했다. 당원 30%를 포함해 경선을 해도 불리할 게 없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서울 종로구 공천 경선이 본선인 국회의원 선거에 맞먹는 중량급 인사들의 대결로 관심을 끌고 있다. 종로에서만 3선을 한 박진(왼쪽) 전 의원은 31일 북촌과 삼청동 일대에서 지지를 호소했고, 오세훈(오른쪽) 전 서울시장은 세검정과 청운동 등지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박진 의원 프로필]

[오세훈 전 서울시장 프로필]

주민들은 오 후보에게 "지역 현안을 해결해 달라"고 했다. 한 60대 남성은 "종로는 이명박, 노무현, 윤보선 대통령을 배출한 정치 1번지"라며 "대선 후보급이 들어가면 새누리당도 활기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했다. 50대 여성은 "오세훈 시장 모르는 사람 있느냐"고 했다.

오 후보는 출마 지역 결정 과정에서 박 후보와 갈등을 보인 데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그동안 오 후보 쪽은 "박 후보가 정치적인 이득을 보려고 공격하는 것"이라고 해왔다. 오 후보는 "(같은 당 후보들끼리) 본선 경쟁력을 훼손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만 했다.

외부에는 박 후보와 오 후보의 양강 구도로 비치지만, 지역에서는 "정 후보도 변수"라고 했다. 정 후보는 종로에서 16대 의원을 지냈으며, 지난 3년 4개월간 이 지역의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이었다. 정 후보는 이날 창신시장 입구에서 '사교육을 없애겠습니다'란 공약이 적힌 띠를 두르고 유권자들을 만났다. 한 주민은 명함을 한 움큼 들고 가면서 "내가 돌릴게요"라고 했다. 20여 년간 지역에서 무료 법률 상담 봉사를 해왔다는 그는 "본선에서 야권 지지자들 표까지 끌어올 수 있는 후보는 내가 유일하다"고 했다. 그는 "매일 아침 인사를 해온 지 7개월째"라며 "경선 중간에 그만두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경선에서 1·2위 간 득표율 격차가 10%포인트 이내이면 결선투표를 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정 후보가 캐스팅보트를 쥘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