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은 여야 합의로 29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3일 작성해놨던 합의문의 한 단어를 문제 삼으면서 불발됐다. 여야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북한인권법 문구 조율을 위해 만났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문제가 된 건 2조(기본 원칙 및 국가의 책무) 2항에 들어가 있던 '함께'라는 단어의 위치였다.

새누리당은 "국가는 북한 인권 증진 노력과 '함께'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을 위한 방향으로도 노력해야 한다"는 문구를 주장했다. 반면 더민주는 "국가는 북한 인권 증진 노력을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고 맞섰다.

새누리당은 '남북관계'보다는 '인권'에 방점을 찍은 것이고, 더민주는 '남북관계'와 '인권'을 똑같은 비중으로 두자는 것이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23일 합의문을 쓸 때는 동의해놓고 야당이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고 했다. 더민주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여당 안(案)대로면 우리 당 정체성과 골격이 흔들린다"고 했다. 새누리당 측에선 "합의한 뒤에 외부 세력에 세게 압박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날 국회 앞에선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관계자들이 "남북관계를 훼손하는 북한인권법 제정을 철회하라"는 시위를 벌였다.

북한인권법은 2005년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 처음으로 발의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개선하자는 명분이었다. 그 뒤 11년간 법안의 틀과 내용은 많이 바뀌었다. 19대 국회에 들어서는 야당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법안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도 "(처리를) 검토하겠다"고 했었다.

여야는 지난 23일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북한인권기록센터'를 통일부에 두고 기록센터에서 수집·기록한 자료는 3개월마다 법무부에 이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야당의 합의 철회로 결국 다시 표류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