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을 구입하고 한 달 내 중대한 결함이 2차례 이상 발생하거나, 품질 보증 기간(2∼3년) 안에 같은 결함으로 4회 이상 수리를 받는 등의 상황에서 차량을 교환·환불할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자동차 부품 결함이 연간 80만~100만건 정도 발생하자 미국에서 시행 중인 '레몬법(Lemon Law·결함 신차 교환 및 환불 관련 법)'과 유사한 법안을 만들 계획을 세운 것이다.

또 오는 6월부터 하이패스를 이용해 주유소·주차장 요금 결제가 가능한 '하이패스 페이' 제도가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공항 보안 구역 내에서 구입한 음료를 들고 국제선 비행기를 타는 것이 허용된다. 국토부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16년 교통 정책'을 27일 발표했다.

한국판 레몬법 하반기 제출될 듯

중대한 결함이 반복적으로 발견된 신차의 교환·환불을 보장하는 한국판 레몬법안은 올 하반기 중 마련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레몬법이란 명칭은 오렌지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신맛이 강해 오렌지보다 인기가 없는 과일로 여겨졌던 레몬에서 유래했다. 레몬은 '불량품'을 뜻하는 속어이기도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차량 구입 후 언제까지, 몇 차례, 어떤 종류의 결함이 발견되면 교환·환불이 가능한지에 대한 기준을 확정하고 하반기에는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며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적용 대상"이라고 말했다.

[ 국토교통부의 주요 업무는?]

제작 과정에서의 결함 등으로 연간 리콜(무상 수리 및 부품 교체)되는 차량은 2008~2012년 5년간 10만~20만대 수준이었으나 2013년과 지난해엔 103만여대로 급증했다〈그래픽〉. 특히 수입차 리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지금도 ▷1개월 내 중대한 결함이 2회 발생하거나 ▷품질 보증기간 안에 중대한 결함으로 네 번 수리하거나 수리 기간이 총 30일을 넘는 경우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교환·환불이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으나 이는 강제 규정이 아닌 '권고' 수준이다. 앞으로는 이런 상황에서의 교환·환불을 강제하겠다는 것이 국토부 계획이다.

미국의 레몬법은 주마다 세부 내용에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신차 구입 후 1~2년 안에 ▷4회 이상 수리를 받거나 ▷수리 등으로 30일 이상 자동차를 사용하지 못했을 경우 신차를 교환·환불하도록 하고 있다. 국토부는 기존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과 미국 레몬법 등을 참고해 교환·환불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이패스 단말기로 주차료 지불

고속도로 요금소를 지날 때 자동으로 요금을 차감하는 하이패스로 주차장·주유소 요금을 결제할 수 있게 된다. 주차장이나 주유소에서 신용카드나 현금으로 직접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출입문으로 지나가면 하이패스 카드에 충전된 금액이 자동 차감되는 방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6월부터 김포시 지자체 운영 주차장 등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해보고 적용 범위를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하이패스 페이' 도입은 고속도로 이용객들의 하이패스 사용을 독려하는 차원이다.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는 앞으로 직접 현금을 받는 요금소를 줄여나갈 계획인데, 높은 하이패스 사용률이 뒷받침돼야 한다. 작년 12월 고속도로에서 하이패스 사용률은 71%였다.

공항에서 적용됐던 과도한 보안 규제도 해제된다. 올해 6월쯤부터 국제선 항공기를 탈 때 공항 보안 검색대를 지난 후 편의점·커피숍 등에서 구입한 음료를 들고 탈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뜨거운 음료 등을 쏟을 경우 다른 손님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보안 구역에서 구입한 음료도 비행기 탑승 직전 다 마셔버리거나 버려야 했다.

도로 설계에 운행 속도 상향 고려

고속도로를 만들 때 적용되는 도로 설계 속도의 상한선도 현행 시속 120㎞에서 시속 140㎞로 상향된다. 앞으로 도로를 만들 때 공사 비용이 더 들더라도 도로를 최대한 직선으로,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게 만들어 차가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보다 향상된 차량 주행 성능에 맞춰 도로 환경도 바꿔 주는 것"이라며 "현재 고속도로 최고 제한 속도는 100~110㎞ 정도지만 도로교통법 시행 규칙 등이 변경될 경우 앞으로 이 제한 속도가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