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올림픽에서 한국의 금메달이 가장 유력한 종목을 꼽으라면 많은 이가 여자 양궁 리커브 개인전을 떠올린다. 최근 8차례 올림픽에서 한 번(2008 베이징대회)을 제외하고 모두 금메달을 우리가 가져왔기 때문이다.

바로 이 종목에서 한국 선수가 휠체어에 탄 외국 선수와 대결하는 장면이 연출될지도 모른다. 2012 런던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자흐라 네마티(31·이란)가 지난해 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척수장애를 가진 그는 패럴림픽 2연속 우승과 함께 비장애인들이 출전하는 올림픽 메달도 노리고 있다. 네마티는 양궁 선수로는 파올라 판타토(이탈리아) 이후 20년 만에 올림픽과 패럴림픽 무대에 모두 서는 주인공이다.

여성 장애인 양궁 선수 자흐라 네마티가 2016 리우올림픽 이란 선수단의 기수로 선정됐다. 사진은 2012 런던 패럴림픽 양궁 리커브 개인전에서 우승한 뒤 금메달을 목에 건 모습.

[신체장애인들의 국제경기대회, 패럴림픽은?]

양궁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기 규정이 똑같다. 장애인 선수도 비장애인 선수와 올림픽·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동등하게 겨룰 수 있다. 휠체어를 타도 문제가 없다. 네마티는 단순한 '이색 선수'가 아니라 이란 스포츠를 대표하는 얼굴이다. 그는 25일 이란올림픽위원회가 발표한 리우올림픽 이란대표팀 개막식 기수로 선정됐다. 장애인 선수가 올림픽 출전권을 얻은 것도, 올림픽 기수를 맡은 것도 모두 이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여성이자 장애인으로서 이란을 대표할 상징성을 모두 갖췄다(이란 테헤란타임스)" "이란이 장애인 선수든 비장애인 선수든 누구에게나 장애물은 없다는 점을 전달하려 한다(세계양궁연맹)"는 해석이 나왔다.

네마티는 이란에서 인간 승리의 아이콘으로 꼽힌다. 그는 원래 태권도 국가대표의 꿈을 품어왔던 선수였다. 하지만 19세이던 2004년 불의의 교통사고는 그의 꿈을 앗아갔다. 척수를 크게 다쳐 하반신마비로 휠체어에 평생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좌절에 빠진 네마티가 사고 후 2년이 지나 잡은 것은 양궁 활이었다. 그는 "운동선수의 꿈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며 절망을 딛고 일어섰다. 전신을 쓰는 태권도와 달리 양궁은 상반신 훈련만으로 선수의 꿈을 이어갈 수 있었다. 희망을 움켜쥔 네마티는 놀랍게 성장했다. 입문 2년 만에 자국의 장애인 대회에서 우승했고, 런던 패럴림픽 리커브 W1(휠체어 경추 손상)/W2(휠체어 척수 손상) 개인전에서 1위를 했다. 많은 이란 여성과 장애인에게 희망과 감동을 안긴 소식이었다고 당시 이란 언론은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란의 여자 선수가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네마티 덕분에 이란에서 여자와 장애인 선수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열풍이 불었다.

장애인 양궁계에 적수가 없었던 네마티는 이후 본격적으로 비장애인 선수와 함께 국제대회에서 경쟁했다. 지난해엔 월드컵 대회에서 두 차례(중국 상하이·폴란드 브로츠와프) '톱10'에 들었다. 현재 세계 랭킹을 31위까지 끌어올린 네마티는 기수 선정 소식을 접한 뒤 세계의 모든 장애인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진심으로 희망하고 노력한다면 불가능한 일이란 없습니다. 장애 때문에 꿈을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