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심규홍)는 주식 시세 조종 혐의로 기소된 한국도이치증권 박모(43) 상무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도이치뱅크·증권 국내 법인에 대해 벌금 15억원과 추징금 448억원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0년 11월 11일 증시 장(場) 마감 10분을 앞두고 도이치증권이 주식 2조4400억원어치를 한꺼번에 내다팔면서 시작됐다. 이 충격에 코스피는 53.12포인트 급락했다.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보는 파생상품인 '풋옵션'을 미리 사뒀던 도이치 관계자들은 10분 만에 448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반대로 국내 투자자들은 1400억원가량 손실을 봤다. 재판부는 "도이치 측이 고의로 지수를 하락시켜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이날 1심 선고는 4년 5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주범(主犯)인 데렉옹 전 홍콩지점 상무 등 외국인 3명은 선고 대상에서 빠졌다. 검찰은 2011년 수사를 시작하며 해외 금융 당국(홍콩 증권선물위원회)과 공조한 첫 번째 사례라고 했지만, 이들의 신병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기소해 4년 내내 주범 없는 재판을 계속해 왔다. 뒤늦게 도이치 측으로부터 데렉옹 등이 퇴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재판 시작 1년 6개월이 지난 2013년 7월에야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것이 검찰이 취한 조치의 전부였다. 이 과정에서 주범 중 일부가 '출국 보장'을 전제로 입국 의사를 나타내고, 변호인을 통해 의견서를 보내오기도 했지만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이들에 대한 선고는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홍콩 등 해당국이 데렉옹 등을 강제 송환하거나 스스로 입국해 재판을 받지 않는 이상 이들을 형사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