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영업을 시작한 경북 영덕군 강구항의 한 모텔은 건물 전면을 장식 조명으로 시공했다. 그러자 인근 주민 10여명은 "너무 빛이 강해 눈이 아프다" "잠을 이루지 못해 수면제 처방까지 받고 있다"며 항의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자정 이후엔 불을 꺼줄 것을 요구했다. 경북도와 영덕군의 공동 중재로 모텔 업주가 조명 조도를 약간 낮췄지만, 주민들은 "관청에서 왜 확실히 규제를 못 하느냐"며 여전히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한다.

◇급증하는 빛 공해 민원

전국 각지에서 빛 공해를 둘러싼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빛 공해는 인공조명이나 건물 유리 등에 비친 햇빛 등이 수면 방해와 뇌 기능 감퇴, 농작물 수확 감소 등 갖가지 피해를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환경부는 2013년 2월 '인공조명에 의한 빛 공해 방지법'을 만들었다. 국회는 지난해 말 과도한 조명을 단속할 권리를 도지사·광역시장·특별시장뿐 아니라 시장·군수·구청장에게도 주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에 따르면 빛 공해 민원 건수는 2012년 857건에서 2014년엔 1571건으로 2년 사이에 2배 수준이 됐다. 이 중 1392건(88%)이 도로와 보행로, 공원녹지 등을 비추는 공간조명 관련 민원이었다.

경기 군포에서 콩과 들깨를 재배하는 김모씨는 지난해 "철도역의 야간 조명 등으로 수확량이 줄었다"며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피해 배상을 요구했다. 환경부 산하 중앙환경분쟁조정위는 김씨에게 77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행정기관이 빛 공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처음 인정한 사례였다.

◇햇빛 반사 둘러싼 분쟁도

밤을 밝히는 인공조명뿐 아니라 한낮의 강렬한 햇빛 때문에 분쟁이 생기는 경우도 늘고 있다.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의 주상복합단지 아이파크와 인근 주민들은 2009년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최고 72층에 이르는 아이파크의 유리에서 반사된 빛 탓에 고통을 겪는다고 주장했다. 부산고법은 2013년 7월 "시공사가 주민 34명에게 위자료 명목으로 1인당 132만∼687만원씩 모두 2억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소송은 대법원에 올라가 있다.

네이버 분당 사옥 인근의 아파트 주민들은 28층 사옥 유리에서 반사되는 빛을 문제 삼아 2011년에 소송을 냈고, 2013년 일부 승소했다. 네이버가 항소하면서 이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서울시 "과도한 조명엔 과태료 부과"

빛 공해 민원이 늘자 서울시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74억6000만원을 자치구에 지원해 보안등과 가로등 1만5550개를 업그레이드했다. 지상 5m 정도 높이에 달리는 보안등에 등갓 형태의 가림막을 달아 빛이 주택가 2~3층을 비추지 않도록 하고, 노란색 나트륨등은 자연광에 가까운 빛을 내는 LED(발광다이오드)등으로 바꾸는 식이다.

또 작년 2월 조명환경 관리구역을 지정해 시 전역을 생활환경에 따라 자연녹지(1종)·생산녹지(2종)· 주거지역(3종)·상업지역(4종) 등으로 나누고 각 지역의 인공조명 빛 밝기 기준도 정했다. 이 기준을 어기면 개선명령이 내려지고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다른 지자체는 여전히 구체적인 빛 공해 방지 규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분쟁을 줄이려면 건물주 등이 주변 주택가에 피해를 주는 인공조명이나 빛 반사 등을 감소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행정기관이 체계적인 빛 공해 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시 김태기 도시빛정책과장은 "빛 관리 허용 기준을 넘는 기존 조명에 대해선 5년간 유예 기간을 줘 고치게 하고, 새로 설치되는 조명은 사전 심의를 거쳐 빛 공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