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회장을 지낸 고(故) 조우동 선생의 부인 오규봉(96) 여사가 최근 서울대 의대 도서관 건립에 쓰라며 30억원 상당의 주식을 기부했다. 약정된 기부금은 삼성물산 주식 2만주. 현 시세는 한 주당 15만원 안팎이다.
작년 10월 오 여사와 아들 조수헌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등이 조 회장의 모교인 경남과기대(전신 진주공립농업학교)에 기부한 20억원을 포함하면 조 회장 사후 1년여 만에 이 집안이 학교에 낸 기부금이 50억원에 이른다. 조 회장과 오 여사는 슬하에 정헌(전 삼성물산 전무), 수헌, 상헌(동국대 의대 교수), 중헌(전 삼성전자 상무) 등 8남매를 두었다.
아들 조수헌 명예교수는 "우리 자식들은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남긴 유산이 얼마인지도 몰랐다"고 했다. "아버지가 '가난한 농부 아들로 태어나 장학금 받고 공부해서 이만큼 성공할 수 있었기에 평생 번 돈을 교육 분야에 쓸 것'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씀하셨어요. 그러니 그 유산은 당연히 학교에 기부하는 게 맞죠."
조 교수는 "어머니도 이제 연로하셔서 정신이 가물가물하시지만, 아버지가 남긴 재산을 모두 교육 분야에 쓰라고 얘기를 하실 때는 정신이 또렷하시다"며 "마침 서울대 의대에서 도서관을 새로 짓는다는 소식을 듣고 흔쾌히 기부하셨고 8남매 모두가 찬성했다"고 말했다. 조 회장과 오 여사 부부는 아들 둘을 서울대 의대에서 공부시켰고, 셋째 사위도 서울대 의대 출신이다. 이 부부는 지금까지 40여년을 서울대 의대 근처 혜화동에서 살아왔다.
1912년 경남 사천에서 태어난 조 회장은 학교에 갈 형편이 못 됐다. 간신히 장학금 받았고, 진주공립농업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마쳤다. 이후 금융조합 서기가 됐고, 저축해 모은 돈으로 일본 도쿄 유학까지 다녀왔다. 해방 후 기업은행 등 금융업에 종사하다 1960년대 초 삼성그룹 설립자인 이병철 회장을 만나 삼성으로 옮겼다.
이후 현재의 삼성생명, 제일모직 등 삼성 산하 기업을 두루 거쳤고, 80세에 삼성중공업 회장직을 끝으로 은퇴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도 역임했다. 2014년 102세를 일기로 작고했다.
서울대 의대는 이번 기부금을 가칭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도서관' 건립 프로젝트에 전액 사용하기로 했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학장은 "언제 어디서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미래형 유비쿼터스 도서관으로 건립될 새 도서관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깊이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추어 미래 노벨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요람으로 키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는 기부자에 대한 감사 표현으로 신축 도서관에 '조우동·오규봉' 이름을 새긴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작년 6월 경남과기대에 기부된 20억원은 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위해 쓰이고 있다. 이 학교에 입학하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게 4년 등록금 전액, 생활비, 학습기자재비 등을 지원한다. 조 교수는 "아버지는 살아생전에 진주공립농업학교 축구·육상 선수였던 학창시절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하셨다"며 "학교에서 받았던 사랑과 장학금 혜택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아버지 뜻에 따라 '조우동 장학회'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