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더불어민주당 간판으로 3선(選)을 한 조경태(사하을) 의원이 19일 탈당했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조 의원 영입에 나서면서 여야의 '부산 쟁탈전'이 본격화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 모두 부산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곳의 총선 결과는 내년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새누리당은 '텃밭' 수성(守城)을, 더민주는 세력 확대를, 국민의당은 교두보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 의원은 이날 "당의 발전을 위해 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한계에 부딪혔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본지 통화에서 "문 대표가 안 나가니 내가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조 의원은 "최근 김무성 대표와 안철수 의원을 모두 만났다"며 "새누리당과 국민의당행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여권(與圈)은 김 대표와 윤상현 의원은 물론 청와대까지 나서 조 의원을 설득하는 물밑 작업을 했고, 조 의원에게 긍정적 답변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조 의원에 대해 "오래전부터 정치 활동을 보면 우리 당의 컬러와 맞는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했다.
새누리당이 조 의원에 공을 들인 이유는 '텃밭' 부산에서 불 가능성이 있는 야풍(野風)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부산을 확실하게 장악하지 못하면 PK(부산·경남) 지역의 내년 대선 결과도 장담할 수 없고, 이곳이 지역 기반인 김무성 대표의 미래도 불투명해진다.
부산은 전통적으로 여당세가 강했지만 야권이 최근 꾸준히 세력을 확장해 왔다. 지난 2014년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사실상 야권 단일 후보였던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49.34%를 득표하며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50.65%)와 박빙 승부를 펼쳤다. 앞서 19대 총선에서는 조 의원과 문 대표(사상구) 등이 서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견고한 세를 구축했고, 김영춘(부산진갑), 최인호(북강서갑), 전재수(북강서을), 박재호(남구을) 후보 등도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부산에서 야풍이 불 경우 인접한 김해 등 경남 일부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조 의원 영입은 새누리당 부산 총선 전략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더민주와 국민의당, 양쪽의 협공을 한꺼번에 잠재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이 조 의원 영입에 공을 들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안 의원으로선 고향인 부산 성적표가 좋지 않을 경우 대선에서 '안철수 바람'의 부활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의당은 조 의원과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장제국 동서대 총장 등 3인을 영입해 부산에서 신당 바람을 일으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조 의원이 새누리당행을 확정할 경우 국민의당으로선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국민의당에서는 이 경우 안 의원이 부산에 출마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의원의 부산 출마 여지는 남아 있다. 아직 선거가 많이 남지 않았나"라고 했다.
더민주로선 어렵게 마련한 부산 교두보를 지키고 나아가 세력을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더민주의 총선을 책임진 문재인 대표 역시 출신지 부산에서 크게 패할 경우 내년 야권 대선 후보 경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더민주 내에서 "문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20대 국회에 출마해야 하고, 가능하면 부산에서 출마해 부산·경남(PK) 벨트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 대표는 이번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더민주 관계자는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적극 권유하는 형태로 문 대표가 조 의원 지역구인 사하을에 나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