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아들의 시신을 훼손해 3년 넘게 냉장고에 보관해오다 17일 구속된 최경원(34)에게는 살인죄가 아닌 폭행치사죄가 적용됐다. '아들을 목욕시키기 위해 욕실로 끌고 가던 중 바닥에 넘어졌다'는 최의 진술에 기반한 것이다. 최의 말대로 밀쳤는데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쳐 사망했다면 폭행치사죄가 된다. 하지만 살인죄는 처음부터 죽이겠다는 생각이나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밀치는 등 생명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가해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경찰은 18일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경찰관 2명으로 법률지원팀을 구성해 최에게 살인죄 적용이 가능한지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경찰은 세월호 이준석 선장에게 적용된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죄'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승객이 사망할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구호조치 없이 가장 먼저 배에서 탈출한 선장과 마찬가지로 최가 쓰러진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것은 직접 아이를 살해한 것과 같다는 논리다.
하지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적용을 위해서는 아이가 최의 폭행으로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단지 부모가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던 상황 자체를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부검을 통해 사체에서 확실한 타살 흔적을 발견하거나 숨진 아이의 머리 부분 상처의 흔적과 그로 인한 사망 연관성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상황에서 직접 증거를 발견하기 어렵고, 피의자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살인죄 적용이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의견이다. 2013년 10월 '울산 계모' 사건 때 의붓딸을 때려 갈비뼈 16대를 부러뜨려 숨지게 한 박모씨에게 살인죄가 적용됐지만 비슷한 '칠곡 계모' 사건에서는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았다.
살인죄 적용이 어렵다면 최에게는 폭행치사와 사체 유기, 아동복지법 위반 등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폭행치사죄의 법정형은 징역 3년 이상이다. 소주병을 휘둘러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 적용되는 폭처법(집단·흉기 등 상해)과 같다. 사체유기와 아동 학대의 법정형은 각각 징역 7년과 5년 이하이다. 최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법적으로 선고 가능한 최대 형량은 징역 42년이다. 하지만 이는 이론상 가능한 형량일 뿐이다. 상해치사죄가 적용된 '칠곡 계모'에게는 징역 15년이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