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 원미경찰서는 17일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심하게 훼손해 유기(遺棄)·은닉한 혐의로 피해 아동의 아버지 최경원(34)을 구속했다. 아동의 어머니 한모(34)씨도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구속했다. 경찰은 일단 최와 한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으나 두 사람이 아이를 때려 숨지게 했거나 고의로 살해했을 가능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최, 아들 상습 폭행

경기 부천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하고 시신을 훼손해 숨겨 온 최경원이 17일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부천 원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경찰은 이날 최씨를 구속하고 아들을 살해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최는 지난 15일 자신의 범행이 드러나고 사흘째인 이날까지도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하거나 고의로 죽이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폭행치사나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최의 구속영장에서 "범행을 뉘우치지 않고 자기 안위(安危)만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지가 입수한 최의 구속영장에 따르면 최는 2012년 10월 초 부천시 원미구 집에서 아들 최모(당시 7세)군을 목욕시키기 위해 욕실로 끌고 가다가 바닥에 넘어뜨려 턱 부분을 다치게 했다. 이때 최군이 의식을 잃었으나 최와 한씨는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얼마 뒤 깨어났다는 이유였다.

최는 앞서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최군이 그해 4월 같은 반 여학생을 괴롭혀 학교폭력위원회가 소집되는 등 문제를 일으키자 4월 30일부터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그 뒤 집에서 아이가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주먹과 파리채로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폭행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아들 시신 훼손·유기

최는 숨진 최군의 신체를 심하게 훼손해 일부는 버리고 일부는 비닐에 싸서 냉동 보관해왔다. 최와 한씨는 최군이 죽자 시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는 아내와 최군의 여동생(당시 5세)을 처가에 보내놓고 최군 시체를 3일간 안방에 놔뒀다. 그러다 시체에서 썩는 냄새가 나자 욕실로 옮겨 신체 부위를 절단하고 장기와 피부 조직을 훼손했다.

최군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는 "발견된 최군의 시신에 피부 조직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는 손목·발목은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렸고, 장기와 피부 조직은 변기와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아내 한씨는 "친정에서 돌아와 보니 아이 시신 일부가 냉동실에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최와 한씨가 시신 훼손·유기를 함께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추궁하고 있다.

오원춘 사건 모방했나?

최군이 장기 결석하기 한 달 전쯤인 2012년 4월 1일 수원 20대 여성을 납치해 살인한 오원춘 사건이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최의 시체 훼손·유기 수법은 피해 여성의 시신을 수백 조각으로 토막 낸 오원춘의 수법과 상당히 비슷하다고 경찰은 전했다. 범죄 심리 전문가는 "최가 오원춘의 범행 수법을 모방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범죄 심리 분석관)인 경찰청 소속 권일용 경감 등을 투입해 최가 사이코패스 성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인 권 경감은 강호순, 김길태, 오원춘 사건에서 심리 분석을 맡았었다.

[[키워드정보] 범죄 심리 분석관 프로파일러란?]

[[키워드정보] 4년간 아들 시신 훼손해 유기한 父母...전형적인 사이코패스?]

경찰이 지난 13일 최군의 행방을 찾아 집을 찾았을 때 한씨는 "남편과 연락이 안 된다"고 발뺌하고는 곧장 최에게 "경찰이 찾아왔다"고 몰래 연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는 아내의 연락을 받고 15일 오후 1시쯤 최군 시신을 인천의 지인 집으로 몰래 옮겨놓았다. 최의 짐에선 최군 시신과 함께 옷가지와 세면도구, 현금 300만원이 발견되는 등 도주 정황도 드러났다.

컴퓨터 게임 빠져… 인터넷 사기 행각도

최와 한씨는 2003년 11월부터 동거해오다 2005년 5월 숨진 최군을 낳자 혼인 신고를 했다. 최는 당시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게임 캐릭터를 팔아 생계를 유지해왔다고 한다. 최의 지인 김모(38)씨는 "최가 20대 초반부터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었다"고 전했다.

최는 최군이 태어난 직후인 2005년 6월 사기 혐의로 구속돼 서울동부지법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한씨와 동거 1년 남짓 만인 2004년 10월부터 인터넷 포털과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카페를 만들어놓고 사제폭탄, 청산가리, 엑스터시 등을 판다고 광고해 이를 보고 연락해온 피해자들에게 43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였다.

서울 강서구에서 성장한 최는 2008년부터 부모 등 친가(親家) 쪽과는 연락을 끊고 지내왔다. 최의 아버지 최모(62)씨는 본지 통화에서 "2008년 본 게 마지막이고 그 뒤로는 연락조차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