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창군에 사는 박모(30)씨는 여기저기서 6000만원 넘게 돈을 빌려 유흥비로 탕진했다. 빚 독촉이 심해지자 해선 안 될 짓을 했다. 박씨는 고향 친구 윤모씨에게 "내가 죽으면 네가, 네가 죽으면 내가 보험금을 탈 수 있는 보험에 들자"고 꼬드겼다. 지난해 1월 박씨와 윤씨는 사망 시 4억원을 받는 보험에 함께 가입했다.
석 달가량 뒤인 지난해 4월 5일 오전 6시. 박씨는 야간 근무를 마친 윤씨를 인적이 드문 대구의 하천 둔치로 불러낸 뒤 머리를 둔기로 내려쳐 살해했다.
검찰은 윤씨 사망으로 보험금을 타게 된 박씨를 범인으로 의심했다. 그러나 박씨는 "사건 당일 나는 대구에 간 적이 없다"고 거짓 알리바이를 댔다. 검찰은 윤씨가 숨진 날 둔치 쪽으로 누군가와 함께 걸어가는 CCTV 영상을 확보했지만, 화질이 흐려 얼굴을 분간하기 힘들었다.
그런데도 검찰은 박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해 지난해 11월 말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검찰의 무기는 '걸음걸이 분석'이었다.
이 분야 전문가인 서울대 박문석 교수와 동국대 이상형 교수는 윤씨와 박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찍혀 있는 CCTV 영상과 박씨가 경찰서에서 걷는 모습을 찍은 영상을 비교분석했다. 두 인물 모두 알파벳 'O'자 형으로 휜다리(O다리)이고 팔자걸음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동일 인물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왼쪽 발을 약간 바깥쪽으로 차면서 걷는 독특한 걸음걸이(원회전 보행)도 확인됐다.
박 교수와 이 교수는 "두 개의 영상 속 인물은 동일인"이라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박씨의 지인 5명도 "딱 박씨 걸음걸이"라고 증언했다.
대구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손봉기)는 지난해 11월 27일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살해 방법이 잔혹하다"며 박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