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민들이 10일 홍콩 중심가에서 '사람을 찾습니다(尋人·심인)'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책을 판매하던 홍콩 출판업자 5명의 실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국에 비판적인 책을 팔던 홍콩 서점 관계자 5명이 최근 실종된 사건과 관련, 홍콩 시민 수천 명이 ‘중국 납치’를 의심하며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고 로이터 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시위대 6000여 명(주최 측 추산)은 10일 홍콩 중심가에서 “지금 홍콩 시민은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정치적 납치를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참가자는 오성홍기(중국 국기)를 짓밟으며 중국을 규탄했고, 일부는 영국 식민지 시절의 홍콩 깃발을 들었다. 수천 명의 반중(反中) 시위대가 홍콩 거리를 뒤덮은 것은 지난 2014년 말 민주화 시위 이후 처음이다.

시위대는 최근 석 달간 사라진 5명의 출판업자가 모두 중국 공안(경찰)에 끌려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동안 실종자들은 공산당 내부의 권력 투쟁이나 권력층 여자관계 등을 담은 ‘중국 금서(禁書)’를 판매했는데, 중국 당국이 이들을 손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홍콩 출판업자들이 중국에 해악을 끼쳤다”고 했고, 중국 당국은 이들에 대한 조사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이 약속한 홍콩 기본법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홍콩에서 홍콩 시민을 체포하거나 조사할 권한이 없다. 홍콩 야당 격인 범민주파의 앨런 렁 입법회 의원은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사람이 시내 한복판에서 몰래 끌려간 것이라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제도)의 원칙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실종자가 운영하던 서점에 쌓였던 ‘금서’들은 최근 종적을 감추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납치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실종됐던 리보(李波·65) 코즈웨이베이 서점의 대주주는 최근 부인에게 영상 메시지를 보내 “나는 자발적으로 중국에 와서 개인적 일을 처리하고 있다. 시위가 곤혹스럽다”고 밝혔다고 홍콩 성도일보가 보도했다. 나머지 4명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