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을 받고 수백억원대 부당 대출을 해준 국민은행 전 지점장이 은행에 16억원을 물어주게 됐다.

국민은행 도쿄지점장이었던 이모(60)씨는 2010~2013년 지점장으로 있으면서 기업 등에 수천억원을 대출해줬다. 은행 규정은 대출 상한선을 담보 가치의 70%까지로 정했지만, 가치가 300만엔(약 3050만원)에 불과한 부동산을 담보로 무려 1억9000만엔을 대출해준 적도 있었다. 통상 대출은 직원들과 창구 상담을 거친 후 직원들이 지점장에게 보고해 결정되지만 당시 국민은행 도쿄지점은 이씨가 직접 대출 상담을 하고 감정 평가를 지시했다. 그는 감정가가 낮게 나오면 직접 감정 평가 기관에 전화를 해 높여 달라고 하기도 했다. 해외 지점에 대한 은행의 감독이 부실한 틈을 타 저지른 일이었다.

이 사건은 금융감독원이 특별 검사를 통해 도쿄 지점이 부당 대출로 조성한 비자금을 국내에 들여온 정황을 포착, 검찰에 통보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이씨가 133차례에 걸쳐 3500억원을 부당 대출했다면서 이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대출 사례비로 9000만원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1, 2심을 거치면서 검찰의 기소액 가운데 654억원가량의 부당 대출과 9000만원 수수 부분이 유죄로 인정됐다. 이씨는 2심에서 징역 5년에 벌금 9000만원, 추징금 9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불거진 이 사건으로 금융 당국은 임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등 KB 수뇌부에 대해 징계 조치를 내렸다. 임 회장은 결국 2014년 9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형사처벌 외에도 이씨가 져야 할 책임은 더 있었다. 국민은행이 이씨의 부당 대출로 인해 은행이 40억원 넘는 돈을 회수하지 못해 손해를 입었다며 민사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부(재판장 이은희)는 이 사건에서 "이씨는 16억1500만원을 은행에 물어주라"고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가 대출 자격 미달이거나 담보도 갖추지 않은 이들에게 자신의 전결(專決)로 대출을 해줘 은행에 큰 손해를 입힌 책임이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이씨의 책임은 은행이 입은 손해의 40%에 국한된다고 봤다. 직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은행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신용 등급과 대출 금액에 따라 심사역협의회, 수석심사역협의회 등 여러 승인권자가 관여하는 대출 과정의 특성을 감안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