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만 한 동네에 살면서 책이나 팔던 사람 얘기가 세기의 문학작품은 아니잖아."(토머스)

"내가 손바닥만 한 동네에 살면서 책이나 파는 걸 갖다가 먹고사는 사람이 너 아냐?"(앨빈)

어려서부터 형제처럼 자라 온 두 친구의 대화에 모진 말이 섞이기 시작하자 객석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브라이언 힐 작, 신춘수 연출) 공연장인 서울 백암아트홀. 베스트셀러 작가로 성장한 토머스와 시골 책방에서 어린 시절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앨빈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공연 시간 100분 동안 등장한 배우는 단 두 명뿐인데도 무대는 줄곧 긴장감으로 꽉 차 있었다.

2인극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이석준(앨빈 역·왼쪽)과 고영빈(토머스 역).

공연계에서 2인극이 부쩍 눈에 띄고 있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2월 28일까지) 외에도, 일본 작가 미타니 고키가 검열관과 극작가의 갈등을 통해 창작의 본질을 짚은 연극 '웃음의 대학'(24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1관), 감옥에 갇힌 혁명가와 동성애자가 기묘한 인간애를 쌓아가는 마누엘 푸익 원작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31일까지 신연아트홀), 30년 만에 재회한 모녀의 애증(愛憎) 관계를 그린 김수미 작 연극 '나는 꽃이 싫다'(3월 13일까지 씨어터 송)가 모두 2인극이다. '진홍빛 소녀, 그리고 잠수괴물'(17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3관)은 뮤지컬 '잠수괴물'과 스릴러 연극 '진홍빛 소녀'라는 두 편의 1시간짜리 2인극을 연속으로 상연한다.

왜 2인극이 많아진 것일까? 소극장 중심의 공연 환경에서 제작비를 절감한다는 요소도 있지만, '2인극만의 매력'이라는 점도 만만치 않다. ▲단순한 무대 위에서도 대립되는 두 캐릭터 사이의 갈등과 긴장감을 선명하게 끌어낼 수 있고 ▲디테일한 심리 묘사 뒤에 강렬한 반전이 있는 경우가 많으며 ▲사회적 이슈나 거대 담론보다 사적(私的)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선호하는 흐름과도 맞는다.

최근 2인극 '챙!'을 쓴 극작가 이강백은 "2인극은 대사로 이뤄지는 연극의 가장 기본적인 형식"이라며 "실내악 2중주의 악기처럼 배우의 모든 것이 무대 위에서 드러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