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훌 라즈 세종대학교 관광학과 조교수

서울에 올 때마다 올해로 복원 11주년을 맞는 청계천을 즐겨 찾는다. 청계광장에서 동대문까지 이어지는 3㎞ 남짓한 도심 구간은 물길과 석벽을 따라 연중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열려 나들이 장소로 좋다. 동대문을 지나 중랑천까지 이어지는 중·하류 구간은 풀숲이 우거지고 코앞에서 물새들을 볼 수 있어 사색 장소로 알맞다. 이런 청계천을 거닐 때면 여전히 열악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도 갠지스 강이 떠오른다.

청계천은 과거 옆을 지나기조차 꺼렸을 만큼 지저분했던 서울의 큰 불명예였다. 그러나 여러 차례 변화 과정을 거친 지금의 청계천은 서울을 방문하는 이들이 사계절 찾는 필수 관광 코스가 됐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지난해 5월 방한 때 청계천을 찾았다. 그는 특히 수질 정화를 통해 도시 상징으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가 갠지스 강에 갖는 관심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갠지스 강은 인도에서 가장 길며 오래된 강 중 하나다. 이 강은 인도 여러 지역을 흐른다. 경작·운송·여행·신앙 등 다양한 기능으로 인도인들을 보듬는 생명줄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누구도 갠지스 강을 보살피지 않아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강 중 하나가 됐다. 인도에서 가장 성스러운 강이라는 명성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인도 정부는 지난 20년간 갠지스 강 정화를 위해 여러 프로젝트를 벌였다. 세계은행 등 국제 금융기관으로부터 수십억 달러씩 지원받아 수질 정화에 힘썼지만 결과는 암울했다. 실패 요인은 무엇보다도 강을 지키겠다는 정부와 국민의 의지 부족이다. 갠지스 강으로 폐수를 불법 유출하는 공장이 책임감과 양심을 찾지 못한다면, 인도 정부가 좀 더 강력하게 규제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내 몸처럼 아끼지 않는다면 이 성스러운 강은 회복될 수 없다.

그런 갠지스 강에 청계천은 롤 모델이 될 수 있다. 갠지스 강과 청계천은 정화 작업에 대해 '불가능한 일' '혈세 낭비' 등의 비관론과 맞닥뜨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오염된 개천에서 고가도로에 덮였다 물고기가 뛰노는 샛강으로 거듭난 청계천의 변신은 인도인에게 '갠지스 강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영감을 준다. 사람들 눈을 아프게 하는 강에서 사람들 관심을 끄는 강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자신감, 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무감이다. 그 과정에서 청계천 사례는 좋은 안내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