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전북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기부한 성금을 세고 있다.

아름다운 기부를 이어오고 있는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새해를 이틀 앞두고 16년째인 올해도 어김없이 거액을 기부하고 홀연히 사라졌다.

30일 오전 9시 53분쯤,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4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의 전화가 걸려왔다. 짧은 통화에서 이 남성은 “주민센터 뒤 공원 가로등 쪽 숲 속에 현금이 담긴 상자를 놓아뒀으니 가져가시고, 어려운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매년 연말에 나타나던 ‘얼굴 없는 천사’의 전화였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재빨리 남성이 말한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천사가 남기고 간 돼지저금통과 현금 뭉치가 들어있는 종이상자가 놓여있었다. 이날 천사가 남기고 간 돈은 총 5033만9810원으로, 작년과 비슷한 액수의 거금이었다. 상자 속에는 A4용지에 큼지막한 글씨로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쇄된 메시지도 남겨져 있었다.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 첫 성금을 기부한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6년째 연속으로 나타나 연말을 따뜻하게 물들이고 있다. 그간 누적된 기부액은 모두 4억4764만1660원에 달한다.

앞서 노송동 일대 주민들은 천사의 뜻과 이름 없는 선행을 본받기 위해서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했다. 전주시는 또한 ‘얼굴 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쓰인 표지석으로 세우고 ‘천사의 거리’도 지정했다.

한편 지역 주민들은 “천사의 방문이 늦어지자 행여나 천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을 했다”며 “아무 일 없이 올해도 아름다운 소식이 들려와 매우 기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