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서울 성동갑), 권은희(광주 광산을) 의원이 28일 탈당했다. 최 의원과 권 의원은 야당 분당(分黨)의 키를 쥔 김한길 전 대표와 가깝다. 야당 관계자들은 김한길계 탈당이 본격화된 이상 분당은 정해진 길이라고 보고 있다. 광주·전남에 머물던 '탈당 전선'이 서울 등 수도권으로 북상(北上)하고, 재경(在京) 호남 표심에 영향을 주는 권노갑 고문 등 동교동계도 탈당을 결정하면서 수도권 중도파 의원들도 흔들렸다.
최 의원은 이날 보도 자료로 탈당을 통보했다. 최 의원은 "새정치연합을 떠난다. 19대 국회를 마지막으로 현실 정치도 떠나려고 한다"고 했다. 야당 관계자는 "총선 불출마는 물론 정계 은퇴를 고민해왔다"고 했다. 최 의원은 김한길 전 대표 때 전략본부장, 이종걸 원내대표 때 정책위의장 등을 거쳤다. 최 의원을 최근 만난 한 재선 의원은 "운동권 정당을 경제 정당으로 바꾸려고 해봤지만 친노(親盧)·운동권의 벽을 도저히 깰 수 없다며 절망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현재의 양당 구도를 보수, 중도 보수, 중도 진보, 진보 등 4개 정당으로 재편해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가 연립 정권을 만드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권은희 의원도 이날 팩스로 탈당계를 제출했다. 2012년 대선 때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했던 권 의원은 작년 7월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때 전략 공천으로 당선됐다. 문 대표와 가까운 김현 의원은 인터넷에 '보궐선거로 당선돼 탈당한 경우는 처음 봤다'고 했다. 권 의원의 탈당으로 광주 현역 의원 8명 중 5명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했고, 남은 3명 중 강기정 의원을 제외한 박혜자·장병완 의원은 탈당 시기만 조율하고 있다. 야당 텃밭인 광주에서 새정치연합이 소수당이 된 것이다.
최 의원과 권 의원은 김 전 대표와 교감 속에 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국회의원의 당적 문제는 아주 고독한 결단"이라며 '교감설'을 부인했지만 야권에선 "상징성 있는 서울과 광주의 동시 탈당을 보면 김 전 대표의 손이 거친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탈당한 두 의원은 이종걸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비서실장으로 호흡을 맞춰 왔기 때문에 이 원내대표의 탈당 임박설까지 나왔다.
현재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의원은 모두 9명이다. 여기에 광주의 박혜자·장병완 의원, 전남의 주승용 의원의 탈당이 임박했고 다음 달에는 김한길 전 대표와 박지원 의원이 탈당에 합류할 예정이다. 탈당을 고민하고 있는 '중도 관망파'인 박영선·이종걸·민병두·노웅래·최원식·김관영·변재일 의원 등까지 탈당에 합류하면 탈당 의원들은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명을 넘게 된다.
여기에 수도권의 핵심 원외 인사들과 권노갑 고문 등 동교동계 역시 탈당 방침을 굳혔다. 권 고문과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후 전화 통화를 했다. 권 고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을 때 '중도 개혁 정당'을 표방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했고, 안 의원은 "통일외교 분야를 중심으로 김 전 대통령을 따르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교동계의 이훈평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과 함께했던 원로뿐 아니라 전·현직 의원들이 함께 탈당할 것"이라며 "시기만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교동계는 박지원 의원과 함께 탈당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탈당 의원 중 다수는 안철수 신당으로 갈 계획이지만, 일부는 새정치연합 비노(非盧), 천정배 신당, 박주선 신당, 박준영 신당 등과 '반(反)문재인 연대'를 통해 야권 통합을 도모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의원은 무소속 출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이용훈 총회장 등 임원진 10여명도 30일 새정치연합 탈당을 선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