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던 국제유가가 불과 1~2년 사이 30달러대로 폭락했다. 하지만 휘발유 값은 그렇게 내리지 않았다. L당 2000원 선에서 1400원 선으로 내렸을 뿐이다. 국제 유가는 70% 떨어졌지만 휘발유 값은 30%밖에 내리지 않은 것이다. 왜 그럴까. 소비자들은 정유사와 주유소를 욕할지 모르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세금 때문이다.
휘발유 1L에 대한 유류세는 6년째 746원으로 고정돼 있다. 현재의 휘발유 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0%가량 된다.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국제 유가가 아무리 떨어져도 휘발유 값이 그만큼 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기름값 구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다. 하지만 주유소도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기름값을 카드로 지불하면 주유소는 그 액수의 일정 비율을 신용카드회사에 수수료로 낸다. 소비자는 순수한 기름값과 세금을 따로 결제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주유소는 자신들의 수입에 해당하는 기름값에 대한 수수료뿐 아니라, 세금에 해당하는 금액의 수수료도 카드사에 내고 있다. 예컨대 5만원어치 기름을 판매하면 3만50원은 세금인데, 주유소는 5만원 전체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를 내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주유소 한 곳이 유류세 때문에 부담하는 카드 수수료가 연간 평균 3000만원에 달한다.
국세징수법 제8조에 따르면 국세청이 시장이나 군수에게 국세 징수를 위탁하면 교부금을 지급하게 돼 있다. 소득세법 169조에도 납세조합을 통해 소득세를 징수하면 낸 세액의 최대 10%까지 교부금을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같은 논리라면 연간 약 24조원의 유류세 징수를 대신해 주는 주유소 역시 교부금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주유소에 교부금을 지급하기는커녕 유류세 징수에 소요되는 카드 수수료마저 떠넘기고 있다.
영업난으로 문을 닫는 주유소도 늘고 있다. 2011년 1만3000여 개에 달했던 주유소가 현재는 1만2000여 개로 줄었다. 주유소업계는 카드수수료의 60%에 해당하는 유류세분 카드수수료만이라도 특별세액공제를 신설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주유소업계의 간절한 요구를 정부는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