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존슨, "도핑 테스트에 걸리지 않은 선수들, 다 깨끗하다고 볼 수 없다"]
최근 러시아육상연맹이 조직적으로 선수들에게 약물을 먹여서 기록을 끌어올린 사실이 들통난 사건과 관련해, 일본 아사히 신문이 서울올림픽 때 약물 파문을 일으킨 캐나다 육상선수 벤 존슨(54·사진)을 인터뷰했다. 존슨은 아사히신문 기자에게 "시판되는 약물만 6000종쯤 된다"면서 "코치가 약물을 권하면 선수는 '하겠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은 노예 같다"고 했다.
존슨은 1987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잇달아 육상 100m 세계신기록을 세웠지만, 도핑테스트에 걸려 메달과 기록을 모두 박탈당했다. 절치부심 끝에 1993년 프랑스에서 열린 육상대회에 나가 50m 달리기에서 우승했지만 또다시 도핑 테스트에 걸려 육상계에서 영구 추방당했다.
이후 그는 리비아에 갔다. 독재자 카다피의 축구광 아들이 "이탈리아 프로구단에 들어가고 싶다"면서 그와 아르헨티나 축구 스타 디에고 마라도나를 각각 트레이너와 코치로 고용했다. 카다피의 아들은 실제로 이탈리아 모 구단에 입단했지만 딱 한 경기 뛰고 도핑 테스트에 걸려 쫓겨났다. "그 스승에 그 제자"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현재 존슨은 잘못을 뉘우치고 약물 반대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아사히 신문 인터뷰에서 "도핑 테스트에 걸리지 않은 선수들이라고 다 깨끗하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 "서울 올림픽 결승에 남은 8명 중에 (나 말고도) 약물을 썼다고밖에 볼 수 없는 선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위원회(IOC)가 '도핑 전문가를 고용해 약물을 쓰는 선수를 걸러내고 있다'고 말하지만, 정말로 약물을 쓰는 선수를 전부 출전 정지시키면 정상급 선수가 다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돈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비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치·매니저·트레이너·마사지사 인건비로 한 해 40만달러쯤 든다. 존슨은 "스폰서 계약과 상금이 있는 한, 선수가 약물에 손대는 구조는 변하지 않는데도 발각되면 선수만 처벌받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