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5부의 의뢰로 '팔달산 토막살인사건'의 범인 박춘풍(55)의 뇌를 감정한 이화여대 뇌인지과학연구소 김지은 교수는 22일 "박씨는 충동성이 있고 공감 능력이 결여된 것으로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기준치를 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고법에서 열린 박씨의 항소심 공판에 출석한 김 교수는 "박씨 뇌 촬영 영상에서 눈과 뇌의 연결 부위인 안와전전두엽 및 상전두엽 부분의 손상은 확인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뇌 감정은 박씨 측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자 재판부에 의뢰해 사법 사상 처음으로 실시됐다〈본지 11월 10일자 A12면〉. 오른쪽 눈이 의안(義眼)인 박씨는 재판 과정에서 어린 시절 눈을 다칠 때 입은 뇌 손상이 범죄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해왔다.
김 교수는 "박씨의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등에 따르면 사무처리 속도가 많이 떨어져 있고, 뇌 손상이 공감 능력 결여 및 감정 조절 곤란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25~50%가량 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박씨가 주장한 대로 뇌 손상이 범죄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사물 변별 및 의사결정 능력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뇌 감정의 결론은 '사이코패스는 아니지만 뇌 손상은 있었다'는 것이어서 박씨에게 다소 유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검사받는 사람에게 특정 상황을 제시한 뒤 답변에 따른 뇌의 활성화 부위를 찾아내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촬영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밝혔다. 수차례 시도에도 박씨가 검사 방식을 숙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박씨의 국선변호인인 김상배 변호사는 이날 공판에서 "뇌 감정 결과를 양형(量刑)에 고려해 달라"고 변론했다. 검찰은 1심 때처럼 사형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