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성화와 노동개혁을 위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되면서 여권(與圈)에서는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인 ‘긴급재정·경제명령’ 발동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16일 기자들이 ‘긴급재정·경제명령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더니 “검토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반면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지난 16일 기자들에게 “긴급재정·경제명령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다시 한번 말한다”고 한 데 이어 17일에도 “(긴급재정·경제명령 발동에 대해서는) 제가 여러 차례 말씀드린 그 입장 그대로이다”고 하더군요. 청와대와 여당 대표 간에 의견 조율이 잘 안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헌법 76조는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할 수 있는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중대한 재정·경제상 위기’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등인데요.
국회 임시회가 지난 10일부터 열리고 있으니 현재로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라고 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렇다면 ‘중대한 재정·경제상 위기’는 어떨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1996년 결정에서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중대한 재정·경제상 위기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할 수는 없다. 중대한 재정·경제상 위기가 현실적으로 발생해야 한다”는 겁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16일 “(우리 경제가) 지금 현재 위기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도 “현재 상황은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가 올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입니다.
긴급재정·경제명령이 내려질 경우 우리 경제에 대한 대외(對外) 신뢰도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렇게 보면 여당 안에서 나오는 긴급재정·경제명령 이야기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입니다.
입법(立法)은 국회의 권리이면서 의무입니다. 특히 집권 여당은 야당과의 설득과 타협을 통해 법안을 통과시키는 노력을 마지막 순간까지 해야 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겁니다.
여당이 자기 역할은 다하지 않고 입법의 짐을 대통령에게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