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엔 1년간 3%P 높여…2004년 2년에 걸쳐 점진적 인상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장기간 저금리를 유지한 뒤 본격적인 긴축 통화정책에 돌입한 것은 긴축 통화정책 1990년대 들어 세 번째다.

1994년 초에는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가 1년 간 7차례에 걸쳐 3%포인트 인상되는(3%→6%) 공격적인 긴축이 이뤄졌고, 2004년에는 2년 간 17차례에 걸쳐 점진적으로 인상됐다(1%→5.25%). 이 사이 1999년부터 2000년까지에도 6차례 동안 1.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이 단행됐다.

현재 연준 통화 정책의 양대 축인 고용과 물가 중 고용은 호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목표치를 밑돌고 있다. 또 중국 등 거대 신흥국의 경제 불안은 금리 결정의 변수가 될 만큼 위협 요인으로 부상했다.

과거 긴축기 대비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이번에는 9년 전과 같은 온건한 양상의 긴축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높다. 연준이 일단 인상 고삐를 쥐었지만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 실업률 7년來 최저…"고용 시장은 금리 인상 요건 부합"

연준은 올 3월 금리·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에서 "고용시장이 더욱 개
선되고 인플레이션이 중기적으로 2%의 목표치를 향해 근접한다는 합리적 확신(reasonably
confident)이 설 때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전까지는 "현행 제로(0) 수준의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되 '인내심'을 발휘하겠다"는 문구가 명시됐지만, 물가와 고용 상황이 부합하면 초저금리 시대를 탈피하겠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이 중 고용 시장은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완전고용에 근접하고 있다"고 밝힐 만큼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실업률은 5%로 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비농업 부문 신규 취업자수는 21만1000명 늘며 시장 전망치(20만명)를 웃돌았다. 실업률은 과거 긴축 통화정책을 시작할 때와 비교해도 낮다. 미국의 실업률은 1994년 초에는 6%, 2004년 7월 무렵에는 5.5% 수준이었다.

완전고용에 가까운 노동 시장은 임금 인상을 초래, 물가 상승을 가속할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 긴축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 물가 상승률, 목표치(2%) 한참 밑돌아…인상 '시기상조' 우려도

그러나 물가는 과거 긴축기 대비로는 상승 압력이 매우 낮다. 연준이 주시하는 대표적 지표인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지난 10월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1.3%로, 목표치(2%)를 한참 밑돌았다.

앞서 금리 인상이 시작됐던 1994년 1월과 2004년 6월의 직전 3개월간 핵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3.1% 1.7%로 지금보다 높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물가가 지나치게 느리게 오르는 게 문제"라면서, 낮은 인플레이션은 경제가 취약하다는 반영이고 이는 소비자의 구매를 늦추고 채무자의 상환 부담을 커지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앙은행 입장에서도 인플레이션이 매우 낮으면 금리 수준을 이에 맞게 운용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경기 후퇴 시에도 금리 인하를 통한 부양 여지가 매우 적어진다는 점을 우려했다.

WSJ는 "연준은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도달할 것으로 보지만 지난 4년 동안 이러한 예측을 되풀이했다"며 "이번에도 맞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은 과도한 시기상조로 판명 날 수 있고 경기침체 위험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물가 추세는 미국 물가에 압박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유가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 당 35달러를 밑돌기 시작하는 등 상품시장은 새로운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 강(强) 달러도 물가 위협 요인이다. 연준 내에서는 2014년 6월 이후 달러 가치가 15% 오른 것은 1%의 금리 인상 효과와 상응한다는 추산도 나온다.

미 연방기금금리와 핵심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 중국 등 신흥국 신생 변수 출몰

중국 등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신흥국의 출현도 과거 긴축기와 다른 점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당초 올 9월이 매우 유력했다. 하지만 당시 연준은 중국의 성장 둔화가 미국의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을 억제할 것이란 우려를 표명하면서 금리 인상을 보류했다. 연준이 2013년 5월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한 이후에도 여러 차례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반복된 바 있지만, 이처럼 신흥국 불안과 이에 따른 충격을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었다.

LG경제연구원은 "미국의 과거 금리 인상기와는 달리 현재 다른 국가의 경기는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이미 둔화세에 접어들었고 신흥국은 성장세가 더욱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 가치가 급격히 오르면 미국은 수출 감소로 회복세가 제약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경우 연준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연구원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