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선 2015~2016 ISU(국제빙상연맹)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가 열렸다. 그랑프리 시리즈(1~6차 대회) 종합 성적에서 1~6위를 한 선수들이 겨루는 '왕중왕전' 이었다.

이 대회 남자부 1등은 일본의 하뉴 유즈루(역대 최고 330.43점)였고, 여자부 1등은 러시아의 차세대 스타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6)였다.

이런 국제 피겨 대형 무대에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9·사진)는 보이지 않고 있다. 소트니코바는 작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김연아를 밀어내고 금메달을 건 이후 국제 무대에서 자취를 감추다시피했다. 지난달 그랑프리 5차 대회(러시아 모스크바)에 나섰지만 올림픽 당시 점수(222.54점)보다 훨씬 낮은 185.11점으로 3위에 머물렀다. 이달 초엔 B급 국제 대회인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크로아티아)에서 159.80점이라는 부진으로 6위를 하는 데 그쳤다.

(오른쪽 사진)국내 팬들은 소트니코바의 소치 올림픽 갈라쇼 의상을 ‘형광나방’이라고 불렀다.

국내 전문가들은 "몸이 무거워 보이고, 점프에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한다. 장기였던 트리플 콤비네이션(3회전+3회전)의 두 번째 점프가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을 만큼 기량이 저하됐다는 것이다. 스핀이나 스텝의 경쾌한 맛이 줄었고, 예술 점수도 낮아졌다.

현재 소트니코바는 만 19세 5개월로 김연아와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은메달을 땄을 때와 나이가 비슷하다. 한·일 두 피겨 스타가 20대에도 계속 기량을 유지한 것과 달리 소트니코바는 일찍 쇠락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 대조적이다.

소트니코바가 올림픽 금메달 이후 사실상 은퇴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있었다. 본인 스스로 "어려서부터 선망했던 배우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밝혔고, 연예인처럼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거나 광고를 찍었다. 표면적으로는 발목 인대 부상 등을 이유로 본격적인 국제 무대 복귀를 미뤘지만 국내외 아이스쇼엔 계속 출연했다.

(왼쪽 사진)화려한 소트니코바의 발 - 발톱 손질을 받는 소트니코바. 그녀의 발은 피겨 선수치고 깨끗해서 화제가 됐다. (오른쪽 사진)상처 투성이 연아의 발 많은 훈련으로 거칠고 상처투성이인 김연아의 발.

[피겨요정 김연아는 지금 뭐하고 있나]

올해 들어선 러시아판 '스타와 춤을'이라는 TV 쇼에 남성 프로 댄서와 짝을 이뤄 출전해 2등을 했다. 팬들은 '발목이 아프다면서 어떻게 하이힐 신고 춤을 추느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이에 대해 소트니코바는 "특수 밴드로 부상을 예방했고, 피로감이 들면 운동화를 신었다"고 해명했다.

소트니코바는 아직 현역 생활에 미련이 있어 보인다. 지난여름 자국 언론인 스포르트 익스프레스에 "피겨가 없는 공허한 삶은 상상할 수 없다"면서 "정말 복귀하고 싶고, 톱(top) 스케이터 자리에서 내려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도전할 수 있다는 뜻도 비치고 있다.

소트니코바는 이달 말 자국 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내년 3월 세계선수권(미국 보스턴) 티켓을 노릴 예정이다. 하지만 러시아 피겨계는 이미 16세 동갑내기인 메드베데바와 옐레나 라디오노바를 차세대 주자로 주목하고 있다. 특히 메드베데바는 '포스트 김연아' 중 가장 재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선수다. "이미 러시아가 세대 교체 수순에 들어갔다"는 말도 나온다. 자존심 회복을 노리는 소트니코바에겐 '러시아 1등'이 올림픽 금메달만큼이나 험난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