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기후체제 협약인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은 원래 12일(현지 시각) 오후 6시에 타결될 예정이었지만 니카라과 딱 한 나라가 버텼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여름 니카라과 방문 당시 만났던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협정 참여 때의 이익과 거부 때 지게 될 부담을 말하며 설득했다. 니카라과의 협상 대표도 불러 대통령과 통화하도록 했다. 이후 니카라과가 협정에 합의함으로써 195개국 당사국 만장일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관련 성명에서 이례적으로 반 총장에게 '특별한 감사'를 보낸다고 했다.
반 총장은 2007년 취임 초 당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처음 만났을 때에도 자신의 재임 중 추진할 과제 중 하나로 기후변화협약를 꼽았다. 그런데 부시 대통령이 소속된 미국 공화당은 이 문제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미국 언론들은 이를 부각시켜 보도했다. 그러나 부시는 그해 12월 발리에서 열린 제13차 당사국 회의가 결렬 위기에 몰렸을 때 미국 협상 대표인 도브리안스키에게 "반 총장의 뜻대로 해주라"는 훈령을 내렸다. 부시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2009년 반 총장을 다시 백악관으로 불러 오찬을 함께 하면서 "기후변화협약 내용은 잘 모르는데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반 총장 얼굴이 떠올라 원하는 대로 해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협정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역할도 컸다. 교황은 지난 6월 '찬미 받으소서'라는 회칙에서 지구온난화 문제를 지적했는데 이 칙서 내용을 상의하기 위해 지난 4월 반 총장을 교황청으로 초청해 같은 숙소에서 머물렀다.
이번 파리회의는 처참한 실패로 끝난 2009년 코펜하겐 회의와는 회의 순서가 정반대였다. 코펜하겐에서는 협상실무자·외교장관·정상 순으로 회의가 이어졌지만 반 총장은 이번엔 이 순서를 뒤집어 정상들이 먼저 정치적 합의를 하도록 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