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보〉(54~72)=결전 전야, 대국장 건물에 하나뿐인 식당에 8강전 출전자 전원이 몰려왔다. 동갑 친구 사이인 박영훈과 원성진이 나란히 식사하며 긴장을 풀었고, 중국 및 일본 기사들도 자국 관계자들과 함께 테이블 하나씩 차지했다. 김지석은 동행한 아내와 자리했다. 중요한 승부를 앞둔 기사들은 '절친'이 아니면 식사 자리도 매우 예민해한다. 하필 강호 커제를 만난 불운(?)의 주인공 강동윤만이 홀로 식사하는 모습이 얼마나 안쓰럽던지….

58, 60으로 흑 한 점을 잡고 살기 전 54로 민 수가 긴요한 선수 행사였다(상황 전개에 따라선 훗날 이곳이 흑의 선수가 될 수도 있다). 60으로 따낸 순간 우상귀 일대를 뒤흔들던 포성(砲聲)이 멎었다. 서로 잘 어울려 이제부터 승부란 게 프로들의 진단.

61로 붙인 수가 이 바둑이 파란으로 넘어가는 신호탄이었다. 당연히 참고도 1로 뛰어들어 하변 백진을 파괴할 기회. 가볍게 선수 활용하려던 뜻이었는데 백이 노타임으로 손을 뺀 것이 기민했다. 62부터 70까지는 참고도의 침투를 간접 방지하려는 뜻. 그래놓고 '가' 정도로 토치카를 치는가 했으나 거꾸로 72의 침입을 택했다. 바둑은 순식간에 급류를 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