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아침 일본 요코하마 한국 총영사관에 상자 하나가 날아들었다. '폭탄인가' 긴장하고 열어보니 배설물이 나왔다고 한다. 상자엔 '야스쿠니 폭파에 대한 보복'이라는 범행 '성명(聲明)'이 붙어 있었다. 20대 한국인이 용의자로 붙잡힌 야스쿠니 신사(神社) 화장실 폭파 미수 사건을 말하는 듯하다. '뒷간 도발에 인분(人糞) 보복'이라니. 갈 데까지 간 막장 대결에 할 말을 잃는다.
▶범행 성명엔 '姦酷塵에 의한'이라는 생소한 글자가 붙어 있었다. '간음할 간' '심할 혹' '티끌 진' 셋 다 의미가 안 좋다. 일본 발음으로는 한국인을 말하는 '간코쿠진'으로 읽힌다. '한국인에 의한 야스쿠니 폭파'라는 뜻이다. '姦酷塵'을 인터넷에 입력하니 예상대로 한국을 비하하는 저속한 글에 쓰이고 있었다. 주위 일본인들에게 "이 글자를 접해 본 일 있느냐"고 물었다. 다들 "처음 봤다"고 했다. 쓰임새를 검색해본 일본인은 "정신 나간 자들이 4년 전부터 쓰는 쓰레기 용어"라고 평했다. 상자 내용물과 비슷한 수준의 언어라는 것이다.
▶범행 성명 말미엔 '재특회(在特会)'라는 글자가 서명처럼 붙어 있었다. 한국인을 표적 삼아 밤낮 비방하는 일본 극우 단체 이름이다. 그러자 재특회가 발끈해 "문자 그대로 더러운 범죄를 지시한 일이 없다"는 부인 성명을 냈다. 일본 길거리를 몰려다니며 "조선인을 죽여라" "조선 여자는 강간해도 괜찮다"고 외치는 집단이다. 일반 시민이 그들을 피하는 건 귀가 더러워지기 때문이다. 그런 자들이 '문자 그대로 더럽다'니.
▶어느 나라에나 정신 나간 사람들은 있다. 신사 본전(本殿)도 아닌 화장실 천장에 조잡한 폭발물을 설치하고 귀국했다가 스스로 현장에 찾아온 혐의자를 '일반적인 한국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외교 공관에 인분을 던진 사람을 '일반적인 일본인'으로 생각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아무리 군국주의 찬양 시설이라도 테러를 용납할 순 없다. 죄의 경중(輕重)에 따라 일본 사법 당국이 엄하게 수사하고 처벌하면 끝날 일이다.
▶문제는 두 나라의 대처 방식이다. 한국인 용의자 얼굴과 이름 공개를 둘러싼 정부 간 공방, 정신 나간 사람의 일탈 행위를 IS 테러에 견주는 일본 언론의 보도 행태는 지나치다. 지금 한·일 관계의 갈등은 역사 문제를 둘러싼 두 나라 지도자들 간의 신경전(戰)에서 시작했다. 그렇게 거창하게 출발한 갈등이 '뒷간 도발에 인분 보복'이라는 역겨운 지경에 도달했다. 이 저질 대결마저 다시 지저분한 나라 싸움으로 커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